전국여성노동조합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도한 수수료에 생계가 위태로운 웹툰 웹소설 작가를 보호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홍수형 기자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도한 수수료에 생계가 위태로운 웹툰 웹소설 작가를 보호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홍수형 기자

 

코로나19 이후 배달앱의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달앱을 직접 사용하며 배달노동자를 만나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배달앱과 같은 운송·물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기반 플랫폼 노동과 IT 발달과 함께 등장한 미디어, 콘텐츠 등을 제공 하는 웹기반 플랫폼 노동이다. 웹기반 플랫폼 노동은 웹툰, 웹소설 창작이 대표적인데 여성들이 다수 일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가 종이로 읽던 만화와 소설은 디지털화 되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본다. 웹툰,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작가도 유명세를 타 웹툰, 웹소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웹툰, 웹소설을 보니 창작자인 작가들은 소득도 좋을 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중개업체 수수료 30~40%

그러나 이들의 노동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20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플랫폼 영역 여성 다수 직종 노동실태분석’에 따르면 웹툰, 웹소설 창작노동자는 주당 5.1일, 하루 7.1시간 일을 하고, 일 관련한 소요시간도 하루 평균 4.2시간이다. 이들은 월평균 163.9만원을 번다. 우리가 막연하게 동경해왔던 창작자들의 노동은 열악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동이 왜 이렇게 고되기만 할까? 웹툰, 웹소설 창작노동자들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는 경우 작품을 알리기 어려워 중개업체를 끼고 플랫폼과 연결되어 있다. 위의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81.2%가 중개업체와 계약하고 있다. 문제는 웹툰, 웹소설을 플랫폼에 올릴 경우 플랫폼에서 1차 수수료로 30~50%를 떼고, 그 다음으로 중개업체(출판사)가 30~40%의 수수료를 또 뗀다. 그러다보니 전체 매출에서 창작노동자가 가져가는 수입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는 플랫폼과 중개업체의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웹툰, 웹소설 창작자들은 플랫폼이나 중개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듯이 보이지만 해당 플랫폼과 중개업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노동자 같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플랫폼 기반 경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노동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10대 기업 중 7개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고, 한국에서도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10대 기업에 포함되었다. 플랫폼 기업은 고용을 최소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플랫폼은 알고리즘에 따라 거래가 조정되고 이 과정에서 이윤이 발생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사업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가 많아져 이윤은 커지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인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시작은 공정한 계약 보장부터

국제노동기구(ILO)는 기존의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로 구분하던 고용지위분류기준을 2018년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적 노동자로 변경했다. 바로 플랫폼 노동과 같은 노동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종속적 노동자는 기존의 임금노동자를 포함하면서 종속적 계약자를 포함한다. 종속적 계약자는 계약당사자이긴 하지만 권한이 적고 임금노동자처럼 일하지만 정해진 임금을 받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이들은 독립적인 노동자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과도 구분된다. 웹툰, 웹소설 창작노동자는 계약당자사지만 권한이 적어 임금노동자처럼 일하는 종속적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창작노동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2곳으로, 누구나 쉽게 해당 플랫폼 기업을 떠올릴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중개업체와 계약을 하고 있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마치 중개업체와 창작노동자 사이의 계약문제로 축소시키고 있다. 현재 창작노동자들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모아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플랫폼 창작노동자가 마주한 현실을 해결할만한 법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정한 계약 보장이다. 적정 수수료 기준을 포함하는 표준계약서 작성이 필요한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고 그에 맞춰 다양한 노동형태가 나타나고 있어, 변화하는 노동현실에 맞춰가야 할 때이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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