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 여친 살해 후 도주한 남성 대구서 긴급체포
피해 여성, 스마트워치 2회 눌러 도움 요청했지만 사망

경찰청 로고가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유리문에 붙어있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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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교제살인'으로 한 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6개월 가량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파트너폭력)과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은 19일 이 남성에 의해 살해됐다. 경찰은 구조요청을 받았으나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결국 피해 여성을 구하지 못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 A씨가 머리 부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의 스마트워치 호출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출동했지만 스마트워치의 기술적 결함 등의 문제로 피해자 위치를 잘못 파악해 두 번째 호출 이후에야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데이트 폭력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첫 번째 신고가 이뤄진 시각은 오전 11시 29분이었다. 경찰은 3분 뒤인 11시 32분 신고가 이뤄진 스마트폰 위치 값인 명동 일대에 도착했으나 이곳은 사건이 발생한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A씨는 오전 11시 33분 두 번째 긴급 호출을 했고, 경찰은 스마트워치 위치 값인 명동 일대와 피해자 주거지로 나뉘어 출동해 8분 뒤인 11시 41분 피해자 주거지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신고가 이뤄지고 12분이 지난 뒤에야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피해자 주거지에 도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기술적 결함으로 스마트워치의 위치 값과 피해자의 주거지가 500m가량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 7일 경찰에 "전 남자친구가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며 분리 조치를 요청했으며,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조치를 했다.

법원은 이틀 뒤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 잠정 조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이 내용을 전 남자친구에게도 알렸으며 사건 발생 전날까지 일곱 차례 A씨의 신변을 확인했다. 

A씨는 전날까지 지인의 집에서 생활했으며 이날 혼자 거주하던 오피스텔에 있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A씨의 남자친구였던 B씨를 이날 낮 12시 40분쯤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체포했다.

B씨는 전 여자친구였던 A 씨를 어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전날 오전 11시 반쯤 오피스텔 3층 복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채 발견됐고, A씨 얼굴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경찰은 CCTV 추적 등을 통해 하루 만에 붙잡았다.

경찰은 B씨를 서울로 호송해오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추궁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데이트폭력 신고는 8만건(8만1056건)이 넘고, 이 가운데 살인으로만 227명이 검거됐다. 즉,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가 227명에 달하는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9364건, 2017년 1만303건, 2018년 1만245건, 2019년 1만9940건, 2020년 1만8945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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