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19일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
한국·유럽 젠더폭력 예방교육 전문가들 참석
성평등 확산 위해 남성이 바뀌어야
남성성 집착보다 서로 존중하는 법 배워야
시민사회·학교 역할 중요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로리주희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장, 황금명륜 젠더교육플랫폼 효재 원장, 정희정 토마토교육연구소 대표, 니콜라스 스펫시디스  그리스 헤라클리온 여성연합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홍수형 기자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로리주희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장, 황금명륜 젠더교육플랫폼 효재 원장, 정희정 토마토교육연구소 대표, 니콜라스 스펫시디스 그리스 헤라클리온 여성연합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홍수형 기자

한국과 유럽의 폭력예방 교육 전문가들이 각국의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유해한 남성성 근절과 남성의 성평등 참여 독려에 대한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는 19일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오후 3시 30시부터 8시까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렸다. 유럽 연사들은 온라인으로 참가했고,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우리나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학교 교직원 등은 폭력예방교육(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을 1회 이상 실시하고, 교육 이수 실적을 여성가족부에 보고해야 한다. 올해부터 교대·사범대생 등 예비 교원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4회 이상 이수해야만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성희롱 예방교육에 불참한 국가기관과 지자체장 명단이 공개된다.

그러나 교육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도 출석만 하면 되니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금명륜 젠더교육플랫폼 효재(GET-P) 원장은 “출석만 하면 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진정 수강생이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무심코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선량한 차별’을 스스로 깨닫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이 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남자다움’에 대한 편견이 왜 나쁜가부터 직시해야 한다. 정희정 토마토교육연구소 대표는 “젠더폭력 양상을 보면 생물학적 여성만을 노린 폭력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성, 즉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며 “남성이 ‘우월한 남성’으로 인정받지 못한 좌절과 분노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해소하고, 그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 시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성평등 참여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주목할 만한 유럽 사례도 소개했다. 1993년 출범한 스웨덴 비영리 페미니스트 단체 ‘멘(MAN)’은 대표도 남성, 활동가도 남성이다. ‘젠더폭력의 요인은 유해한 남성성’이며, 남성의 책임과 변화를 강조한다. 매달 회비를 내는 남성 회원이 약 1500명에 달한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형식의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도입했다. 12~18세를 대상으로 온라인상 불법촬영물 유포, 괴롭힘 등은 왜 폭력이고, 어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교육하는 내용이다. 유럽위원회(EC)의 프로그램(Rights, Equality and Citizenship)의 하나로,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슬로베니아, 영국,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8개국 9개 단체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공동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한 그리스 ‘헤라클리온 여성연합회 프로젝트’의 니콜라스 스펫시디스 코디네이터는 “지역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유해한 젠더 편견은 학교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소년들과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회적 눈덩이(social snowball)’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연사들은 소규모 토론 방식의 폭력예방 교육,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나는 체험형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도 제안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서울의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가 후원하는 공공외교 활동 ‘한국 내 유럽 정책과 아웃리치 파트너십’의 하나다. 한국과 EU의 인권 분야 시민단체 간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돼, 지난 1년간 세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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