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참으로 이례적인 선거다. 첫째, 여야 유력 후보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에 묶여있다. 둘째,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은 ‘비호감 선거’다. 셋째, ‘2030 MZ 세대’와 제3후보의 파괴력이 역대급이다.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 아니라 ‘심상정 대 안철수의 대결’로 변화될 수도 있다. 넷째, 여야 유력 대권 후보들의 도덕성이 가장 떨어지는 ‘비도덕 선거’다.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누가 도덕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하느냐’는 한 여론조사 질문에 국민 절반 정도(49.1%)가 이재명 후보를 꼽았고, 그 다음은 윤석열 후보(31.6%)였다. 다섯째, 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비주류 후보들 간의 대결 속에서 정책 경쟁이 사라졌다.

‘2030 남성층’ 공략하는 후보들

이 밖에 이번 대선은 ‘젠더 선거’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9일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가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10일에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글을 공유했다. 이런 이재명 후보의 행태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들이 얄팍한 젠더의식으로 반 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8월 국회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고 발언해 비판을 산 적이 있다.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에는 주로 ‘2030 남성층’을 공략했다. 여가부의 양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 모두 반 페미니즘으로 표를 얻으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13일 이재명 후보는 부산 지역 청년들과 만나 여성할당제와 관련해 “실제로 여성을 위한 할당제는 거의 없다"고 했다. "20대 남성이 ‘여성할당제 때문에 피해를 봤다’ ‘폐지하자’고 하는데 실제로 여성을 위한 할당제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남성 할당제”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9일 전국여성대회에서 “양성평등 실현의 가장 핵심은 여성 사회진출을 돕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여성 권익이 신장됐지만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비롯해 아직도 우리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이어 “여성의 고위직 진입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 여전히 남녀 격차가 크고, 가사와 육아부담으로 경력단절이 심화된 부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이들 후보들이 노골적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에게만 매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여성 유권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 같다. 분명, 남성 표를 얻기 위해 반 페미니즘을 내세우고, 여성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친 여성 공약을 들먹이는 이중적 태도는 기만이고 공허하다.

‘20대 여성’ 표심 누가 잡을까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이는 후보는 아직 없다. 무엇보다 ‘20대 여성’(이대녀)의 표심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음 줄 곳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거대 양당 외에 대안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령, 리서치뷰 조사(11월6~7일) 결과,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이․윤 후보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로 20대 남성(25%)보다 훨씬 높았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11월7~8일)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4.9%로 다른 성·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젠더 갈등을 교묘히 악용하고 젠데 이슈를 표가 되는 일인가 아닌가의 잣대로만 접근하면 필패할 것이다. ‘젠더 평등’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결국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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