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에 생리대 보급하는 영국, ‘생리’ 언급도 꺼리는 한국
여군에 생리대 보급하는 영국, ‘생리’ 언급도 꺼리는 한국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11.21 14:50
  • 수정 2021-11-2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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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월경할 권리’ 잃은 여군들 ②]
여군 건강권 위협 근본 요인은
젠더감수성 부족한 남성중심적 군 문화
여군 확대 방침 내건 국방부
건강권 보장 없인 공허해
국방부 “개선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영국은 여군에게 생리대와 탐폰, 여벌 속옷을 보급하고, 여군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군 확대’ 방침을 밝힌 우리 국방부도 “개선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은정 디자이너
최근 영국은 여군에게 생리대와 탐폰, 여벌 속옷을 보급하고, 여군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군 확대’ 방침을 밝힌 우리 국방부도 “개선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은정 디자이너

이어지는 기사 ▶ “생리대 깜빡하면 큰일...약 먹고 버텨” 여군 월경권은 ‘바닥’ http://www.womennews.co.kr/news/217626

건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 기간을 보낼 권리는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남성 중심적 군 사회에서 여군들이 이런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영국은 여군에게 생리대와 탐폰, 여벌 속옷을 보급하고, 여군의 건강권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군 확대’를 선언한 우리 국방부도 “개선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군 건강권 위협 근본 요인은
젠더감수성 부족한 남성중심적 군 문화

여군의 월경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것은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남성 중심적 군 문화에도 책임이 있다고 여군들은 말한다. 여군은 훈련소에서도, 간부가 돼도 ‘여자가 아니라 군인이 돼라’라는 압박을 받는다. 문제를 제기하면 ‘역시 여군은 피곤하다’, ‘남성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몇 년 전 일이지만 저희 부대 여군들은 생리휴가를 원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휴가 때마다 훈련관 방 앞에 붙은 일지에 기록해야 했습니다.” (육군 E대위)

“군은 여전히 폐쇄적입니다. ‘생리’ 언급조차 꺼립니다. ‘남성들이 안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분도 있어요. 생리대 보급 얘기가 나오면 역차별론도 만만치 않을 거고요.” (해군 F소령) 

김재은 서울시청 힐링센터장, 김지은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군의 군생활 경험과 적응 과정’ 논문(2021)에서 “한 명의 여군을 위한 편의시설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남군으로 인해 기본적인 인권도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8월 27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1~22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하사 계급장을 단 부사관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당시 신임 부사관 487명 중 여군은 402명(82.5%)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뉴시스
8월 27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1~22기 부사관 임관식’에서 하사 계급장을 단 부사관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당시 신임 부사관 487명 중 여군은 402명(82.5%)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뉴시스 

영국, 여군들에 월경용품 보급키로

해외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여군에게 생리대와 탐폰, 여벌 속옷을 보급하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해외 훈련이나 작전을 수행하는 여군들부터 적용하고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영국 여군들이 월경 기간 군 생활의 어려움을 공론화해 일어난 변화다. 사라 애서튼 하원의원이 현직 여군·퇴역군인 약 4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군 처우 조사 결과, “해외 작전 중 생리대를 구할 수 없어 양말과 종이 뭉치를 써야 했다”, “월경 기간 ‘냄새난다’ 등 부대 내 괴롭힘을 겪었다”, “상사에게 말했다가 망신당했다” 등 고발이 쏟아졌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차관은 3월6일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여군이 월경으로 불안해해선 안 된다”며 “여성이 전투를 포함해 군의 모든 직무를 맡을 수 있다면, 남군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을 보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군은 자외선차단제, 화장지, 벌레 퇴치제 등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보급받는다. 여군의 필수품 생리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여군 확대 방침 내건 국방부
건강권 보장 없인 공허해
국방부 “개선 추진하고 있다”

5년 전 ‘깔창 생리대’ 파문 이후 월경에 대한 금기는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을 포함해 5개 광역지자체는 모든 여성 청소년에 월경용품을 지급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군대의 시계는 왜 거꾸로 갈까. 정부는 2022년 말까지 여군 인력을 간부 정원의 8.8%(1만70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지만, 여군이 건강하게 군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숫자만 늘려서야 실속이 없다. 

국방부는 여성신문에 여군 건강권을 위해 여러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내 여군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설문조사, 연구용역 등을 진행해 여군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피복·장구류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장기훈련 상황에서의 위생용품 보급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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