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신간]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내용의 신간 도서들. ⓒ갈매나무/리리/자연과생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내용의 신간 도서들. ⓒ갈매나무/리리/자연과생태

동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도 인간이 행복하게 잘 살 방법은 없을까? 동물권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반려동물 가구 수는 600만을 넘었다. 법무부는 7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관계부처 검토를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보거나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돌아보고,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내용의 신간 도서들이 나왔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리나 구스타브손/장혜경 옮김/갈매나무) ⓒ갈매나무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리나 구스타브손/장혜경 옮김/갈매나무) ⓒ갈매나무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스웨덴도 도축장의 현실은 참혹하다. 저자 리나 구스타브손은 수의학을 공부하고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던 스웨덴 여성이다. 말 못 하는 동물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스웨덴 국립식품청 수의직 공무원에 지원했다. 2017년부터 도축장에서 동물보호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도살장으로 끌려온 돼지, 소, 닭 등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다가 어떻게 마지막을 맞는지를 지켜봤다. 각오한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슬픔, 무력감, 분노와 혼란을 매일매일 적었다. 결국 일을 그만두기까지 85일간의 생생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편안히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흔한 고기반찬이 얼마나 참혹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고 나면 전과 같은 마음으로 밥상 앞에 앉기 어렵다. 저자는 동물은 인간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처럼 하나뿐인 생명을 지닌 존재가 아니냐고 묻는다. ‘2020년 스웨덴 올해의 수의사상’ 최종 결선 4인에 올랐다.

리나 구스타브손/장혜경 옮김/갈매나무/1만5000원

애니멀카인드

애니멀카인드(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김성한 옮김/리리/) ⓒ리리
애니멀카인드(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김성한 옮김/리리/) ⓒ리리

인간과 개, 원숭이, 악어의 공통점은? 답은 ‘놀이를 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놀랍게도 일부 동물은 인간처럼 그저 재미를 위해 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하다’, ‘동물의 행동은 그저 본능에 충실할 행위일 뿐이다’라고 깎아내렸으나, 인간만큼 풍부한 감정을 지닌 존재가 동물이다. 동물도 슬퍼하고 위로할 줄 안다. 어느 수컷 침팬지는 어미가 죽은 후 단식하다가 굶어 죽었다. 돌고래는 자신의 새끼가 죽었을 때 슬퍼하고 죽은 돌고래를 애도하는 일종의 ‘장례 문화’도 갖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편견으로 대했던 동물의 경이로운 면면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 ‘PETA’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잉그리드 뉴커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진 스톤이 함께 집필했다. 이들은 동물의 재능, 언어, 복잡한 문화를 탐구한 결과 동물이 정교한 지능과 깊은 공감 능력, 복잡한 의사소통 기술과 놀라운 능력을 지닌 경이로운 존재임을 확인했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정확하게 위치를 찾는 새들, 거대한 대양과 대양 사이를 오가면서도 서로를 잃지 않는 고래들의 모습은 복잡한 동물의 세계의 단면일 뿐이다. 동물에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동물을 해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김성한 옮김/리리/2만2000원

사라지지 말아요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자연과생태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자연과생태

알록달록한 귀여운 동물 그림부터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동물들은 아니다. 반달가슴곰, 대륙사슴, 사향노루, 산양, 수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60종의 현황과 그림을 모아 펴낸 책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란 가까운 미래에 절멸할 가능성이 높아 법으로 지정해 보호, 관리하는 생물을 가리킨다. 불과 수십여 년 사이에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데에는 기후 변화 등 자연의 영향도 있으나,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 남획 같은 인간의 책임이 크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로 묘사돼 인기를 모은 수달은 한때 우리나라 하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모피를 얻으려는 인간들이 마구 잡아 멸종위기에 처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 동물이지만 현실은 지역멸절 상태에 동물원 신세다. 저자는 “매년 야생에서 생물을 관찰하며 그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몸소 느끼는 사람과 지면과 화면, 상품으로만 야생 생물을 접하고 소비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은 얼마나 될까”라고 묻는다. 또 “멸종 위기 생물이 나와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지금 사는, 비바람을 막아 주는 집을 생각하면 된다. 그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과 모래가 바로 흰수마자, 여울마자 같은 민물고기의 집터”라고 했다. 

방윤희/자연과생태/1만4000원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본문 중 ⓒ자연과생태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본문 중 ⓒ자연과생태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본문 중 ⓒ자연과생태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자연과생태) 본문 중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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