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페미니즘 때문” 등 잇따른 망언에
성범죄 무고죄 신설 등 공약 비판 쏟아져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윤 후보는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50%)와 국민여론조사(50%) 합산 결과 47.85%를 얻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윤 후보는 수락 연설을 통해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문정권은 이 나라를 이념으로, 국민 편가르기로 분열시켰다”며 “진보의 대한민국,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저는 낡은 이념의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계층, 성별,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어 화합할 때 안정적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윤 후보가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에서 “성별의 차이를 뛰어넘어 화합”을 모색하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성평등 공약”이라며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을 내놓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청년 공약"이라고 내놓고 있다. 본선 무대에 오른 지금,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등을 제치기 위해서는 낮은 여성 지지율을 끌어올려 공약과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지금까지 논란이 된 발언과 공약이다.

‘건강한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

윤 후보는 지난 8월 2일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 중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게 하고, 집권 연장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엔 여러 원인이 있다”면서 “얼마 전 글을 보니깐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엉뚱하게 페미니즘으로 몰았다는 지적과 함께, 건강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으로 어떻게 나눌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후보는 “저출산과 페미니즘을 연결하는 건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출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분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것도 자신의 입장이 아닌 전언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8월 24일 중앙일보 칼럼에 직접 “겸허히 수용한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만 “제가 비판하는 대상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악용하는 정치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 힘 경선이 열린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가 열린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가 청년 공약이라고?

윤 후보는 10월 21일 청년 공약을 내놓으며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내세웠다. 먼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의 배경으로는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남녀의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 및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청년 공약이자 양성평등 공약이라고 했다. 청년 관점에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표 분야 중 하나가 성범죄라는 주장이다. 곧바로 성범죄 현실을 외면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성범죄는 사건은 발생했으나 제대로 신고 되지 않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로 꼽힌다. 게다가 성폭력 무고죄가 인정되는 비율은 6.4%에 불과하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폭력 무고죄 검찰 통계 분석’).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처벌을 강화하면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이용해 피해자의 입을 막는 현실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도 윤 후보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 후보 대선캠프의 장예찬 청년특보는 논평을 통해 오히려 “양성평등 공약에 포함된 무고죄 처벌 강화를 매도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오히려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회의 공정을 추구하는 청년공약”이라는 것이다. 또 장 특보는 “여성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감독제 운영, 강력 성범죄 차단을 위한 보호수용제 도입, 권력형 성범죄 근절 등 강력한 조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며 특정성별에 치우치지 않았다”며 비판 의견을 반박했다.

군의 사기 저하는 여성의 사회 진출 탓?

지난 9월 29일 예비역 병장들과 간담회에서는 군의 사기 저하 문제를 여성의 사회 진출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가산점이 없어지고, 이래서 군을 지원하거나 복무하는 과정에서 사기도 많이 위축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 군가산점제(군복무가산점제도)가 사라진 이유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서가 아닌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8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람은 군가산점제로 7급 공무원 시험에 탈락한 장애인 남성과 이화여대 졸업생이었다. 특히 장애인 남성은 군필자에게 주는 5%의 가산점을 받지 못해 높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채용시험에서 떨어져야 했다.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친구가 군가산점으로 인해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위헌 심판 청구에 나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