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1 지방선거 D-200]
26년간 광역단체장 113명 모두 ‘남성’
선거법 개정으로 ‘할당제’ 도입해야

내년 3‧9 대통령 선거가 정치권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200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이번 지방선거를 여성 정치 참여 확대의 ‘분수령’으로 보는 여성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성단체들은 정파를 떠나 연대하기로 하고, 포럼과 좌담회를 여는 등 정치권과 민심의 눈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성단체와 한국여성의정은 11월 중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포럼을 개최하는 등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대표는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후보의 성별은 큰 요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다”라며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고, 정당은 더 많은 여성들을 공천하도록 여성단체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정당들은 여성 후보자를 30% 이상 공천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다. 정당마다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공직선거법의 ‘권고’를 무시한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시·도지사선거와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에서 여성과 남성을 각각 1명 이상 추천하게 하거나, 30% 이상 여성을 추천하도록 노력하게 함으로써 의회구성 뿐 아니라 지자체 장의 구성에 있어서도 여성의 참여를 높이자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2명이 발의했으나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일 서울 영등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6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여성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방정치는 살림정치다

6월 1일 지방선거는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로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처음 열리는 전국 단위 선거다. 집권당은 정권 초 국정운영의 동력을 잇기 위해, 야당은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정치는 생활정치, 살림정치다. 시민들의 살림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방 권력은 남성 전유물이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선출된 여성 당선인의 수는 0명이다. 역대 광역단체장 113명은 전원 남성이었다. 후보로 이름 올린 여성도 전체의 4%(17명)에 불과하다. 지난 4‧7보궐선거도 결과는 비슷했다. 당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이유가 전직 단체장의 성폭력 때문인 만큼 여성 후보와 여성유권자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투표율도 평균 55.5%로 역대 보궐선거 가운데 가장 높았으나 여성 광역단체장은 탄생하지 않았다.

여성 광역단체장은 없으나 여성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각각 160명(19.4%), 900명(30.8%)이 당선됐다. 광역·기초 의회에 여성 공천 30% 의무 할당제가 적용된 덕분이다. 광역단체장에도 ‘할당제’를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거센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은경 연구위원은 여성 정치 참여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성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는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남성이 과대대표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행정을 집행하는 지자체도 연령과 성별이 다양해져야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