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양성평등문화상]
국내 유일 여성영화 OTT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인터뷰
영화로 성평등 문화 확산
여성영화인 돕는 플랫폼 지향
OTT 최초 사회적기업 인증 받아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 ⓒ홍수형 기자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 ⓒ홍수형 기자

2015년 시작된 페미니즘 열풍은 영화계에서도 거셌다. 영화계 내 성차별·성폭력 고발이 이어졌고, 영화산업에서 여성 창작자를 지지하고 여성 주도 서사의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기대 속에서 2017년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OTT) ‘퍼플레이’가 등장했다. 퍼플레이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보라색(purple)과 플레이(play)의 합성어다.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영화,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고 성평등 가치를 담은 영화를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퍼플레이는 나아가 ‘여성 영화인을 돕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회원 결제액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의 6~7할이 감독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또 온라인 매거진 ‘퍼줌’과 정기 뉴스레터 ‘퍼플레터’ 발행, 온/오프라인 여성영화 상영회 개최 등, 여성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려 노력해왔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보다 먼저 발달한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업 모델이다.

2021년 11월 첫째 주 퍼플레이 웹사이트 화면. ⓒ퍼플레이 웹사이트 화면 캡처
2021년 11월 첫째 주 퍼플레이 웹사이트 화면. ⓒ퍼플레이 웹사이트 화면 캡처

한국퀴어영화제 사무국장 출신인 조일지(35) 퍼플레이 대표는 2017년 당시 페미니즘 열풍을 계기로 친구들과 퍼플레이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익숙한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여성상과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영화를 조명하고자 했다. “여성의 욕망이나 날것의 본능을 다뤄도 여성영화가 될 수 있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코미디 영화도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성영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6월 ‘나는 페미니스트 영화에 돈 쓸 준비가 됐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다. 구상 단계에서만 목표액의 약 300%(약 743만원)를 벌어들이며 화제에 올랐다.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출발, 2019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3월10일 OTT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10월엔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1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단체 부문)을 수상했다. 문화를 매개로 양성평등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한 문화인·단체를 선정하고 격려하기 위한 상이다. 조 대표는 “여성영화를 일상에서도 보고 싶다는 갈증에서부터 시작한 퍼플레이가 양성평등문화상까지 받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콘텐츠를 통한 성평등 문화 확산’이라는 미션에 걸맞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퍼플레이는 ‘창립 이래 퇴사율 0%’를 자랑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영화제 사무국장, 빅데이터 전문가, 기자 출신 홍보매니저, 회계 전문가, 행사 전문 기획자 등 다양한 배경과 경력의 사람들이 모였다. 직원은 11월1일 기준 8명, 모두 정규직이다.

퍼플레이와 구립은평뉴타운도서관이 6월 22일 ‘배우와 함께 여성영화 보는 여름’ 상영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날 손수현 배우가 출연했다.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와 구립은평뉴타운도서관이 6월 22일 ‘배우와 함께 여성영화 보는 여름’ 상영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이날 손수현 배우가 출연했다.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 직원들이 10월 7일 서울 노원구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퍼플레이 제공
퍼플레이 직원들이 10월 7일 서울 노원구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퍼플레이 제공

국내 OTT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주요 OTT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며, 오는 12일엔 디즈니플러스, 12월 애플TV+가 가세한다.

퍼플레이는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까. 조 대표는 ‘전문성을 강화해 충성 고객을 끌어오겠다’고 했다. ‘성평등&다양성’ 관련 영화를 선별해 공개하고,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 가리키는 지표인 ‘F등급’도 만들었다. 영화 속 성평등 측정 기준인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 퀴어 영화도 따로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작품 분류 방식도 독특하다. 로맨스, 코미디, 호러 등 장르가 아니라 외모, 연애, 노동, 페미니즘 등 주제별로 작품을 소개한다.

여성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을 모은 퍼플레이 오리지널 ‘그려서 만든 세상’, 9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지자체·정부·기관과 함께한 온라인 극장 등은 퍼플레이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로 꼽았다. “극장에서 보기 힘든, 내가 보고 싶은 주제별 여성영화를 감상하고 오프라인 영화제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점도 강점이라고 자평했다.이용자들이 단순히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영화를 보는 것이 하나의 연대이자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퍼플레이의 목표다.

조 대표는 “이런 영화가 늘어나려면 여성 창작자들이 더 늘어야 하고, 여성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여성영화를 통한 성인권 향상, 성평등 증진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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