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
노동운동‧진보정치 ‘아이콘’
두 번째 대선 ‘본선’ 도전
여성‧녹색‧청년‧노동 의제 전면에
최초 ‘주 5일 근무제’ 이뤄내고
국회서 성인지예산 도입 이끌어
“내 존재 자체가 여성주의다”

 

심상정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심상정,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를 이끈 대표 이름 석 자다. 21살 ‘김혜란’이라는 가명으로 구로공단에 뛰어든 뒤 곁눈질 없이 25년간 노동운동 외길을 걸었고 2004년 국회 입성 후엔 진보정당 정치인 최초로 4선 중진의원의 입지를 굳혔다.

그가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네 번째 대권 도전이라 불리지만 국민 앞에 서는 ‘본선’은 이번이 두 번째다. 낮은 당 지지율 앞에서도 심 후보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이번 대선은 해 볼만 하다”고 했다. 대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정의당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그의 뒷배에는 국민이 있다.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정치변화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거대양당 구조로 인한 폐해로 지친 국민들에게 다당제에 기반 한 책임연정으로 변화에 대한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갈하겠다고 했다. 여성‧녹색‧청년‧노동 등 그동안 주력했던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 4일제’ ‘성평등 임금공시제’ 같은 공약으로 논쟁의 불씨도 당겼다. 심 후보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공통점은 젠더감수성이 후지다는 것”이라면서 대선캠프가 내놓는 여성‧성평등 공약에 후보가 얼마나 공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자신이 2030 여성들을 위해 내놓은 성평등 공약은 한 마디로 ‘내몸내만’이라고 했다. “직접 내 몸으로 부딪쳐 내가 만든 공약”이라는 것. 심상정의 뚝심이 이번에도 통할까. 

-첫 공식 일정으로 특성화고 실습생 고 홍정운 군 사망사고가 난 여수를 찾았다.

“말도 안 되는, 참담한 사고가 벌어졌다. 관광객 안내 목적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홍정운 군에게 요트 바닥의 따개비를 떼내라며 잠수를 시켰다. 잠수 면허도, 위험업무 경험도 없는 사람이 평소보다 두 배나 무거운 12킬로 납덩어리를 두르고 물 아래로 내려갔다. 물속에 쳐 박아 죽인 거나 다름없다. 작년 3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현장실습생도 적용받도록 했는데, 경찰청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 선언만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사명이다. 홍 군 아버지의 의지가 강하다. 철저한 대책 수립을 도와달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고 목숨을 던진 공군 이 중사 사건 피해자 부모도 만났는데.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를 만나는 게 제일 어렵다. 그 분들께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이 중사 어머니는 군에 있는 딸 친구들이 많이 전화를 줬다고 했다. ‘그런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말을 못한다’고. 생전 이 중사도 ‘군에 갔는데 술자리까지 나가야 한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더 이상 지체되면 안 된다.

군 내 성폭력 문제는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상명하복 문화인 군대라는 철의 장벽 안에서 수사가 진행된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 ‘나중에’다. 공군 사건 이후 육군과 해군에서도 잇따라 사건이 발생하자, 군사법원법 개정이 이뤄졌고 내년 7월부터 성폭력 등 비군사범죄는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게 됐다. 군 기득권 세력이 완강하게 버티다보니 군사범죄 사건은 2심부터 민간 고등법원이 맡도록 했다. 하지만 거대한 군 사법계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또 한 번 대선에 도전했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반드시 전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거대 양당은 34년간 번갈아 집권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지표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지만, 시민 삶 기준으로 볼 때는 참담한 후진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율, 노인빈곤율, 남녀임금격차 1위에다 중대재해는 최대, 출생률은 최저다. OECD 통계 작성 이래 변함없는 수치다. 이번 대선은 바로 ‘국민의 삶도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대선이다. 그 사명을 짊어질 수 있는 준비된 후보가 심상정이라고 감히 말씀 드린다. ‘인물은 심상정이지만, 소수당이 집권할 수 있느냐’는 사람도 있다. 이제 시민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해외에선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다면 소수정당도 책임연정을 구성한다. 불평등, 기후위기 문제는 단편적인 한두 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이기에 한 명의 대통령, 하나의 정당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다원화된 시민들의 요구가 정치 안으로 포괄될 수 있도록 정치체제를 바꾸는 선택을 해줘야 한다. 그 해답이 다당제 하의 책임연정이다. 이것이 시대적 요구다. 지금 양당 유력주자들이 여러 혐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니 시민들도 많은 고심을 하고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대통령을 만들자는 거냐’고 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권력의 갑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 ‘심상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책임연정을 구상할 만하다. 지금은 민주당이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선택을 시도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상정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심상정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여성 후보로서 이번 대선 판과 후보들은 어떻게 보나.

“시대정신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은 젠더감수성이라고 본다. 거대 양당의 대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재명, 윤석열 등 양당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통점은 젠더감수성이 후지다는 거다. 또 하나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 이재명 후보는 행정가이고, 윤석열 후보는 검찰 출신이다.

양당 주자들은 ‘슈퍼맨 대통령’이 돼 밀어붙여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권위주의적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슈퍼맨 대통령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다. 민주주의에선 슈퍼맨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거대 양당은 34년간 기득권 정치, 대결정치, 젠더차별 정치를 반복했다. 이제 양당체제는 시대착오적이다. 이재명, 윤석열보다 심상정이 잘나서 선택하라는 기준보다, 시민들을 위한 도구로서 책임연정으로 나아가는 수단으로서 심상정을 써달라는 이야기다.”

-심상정 정치의 성과를 꼽는다면.

“20년간 진보정치를 해오며 시대정신의 알람을 울리고, 정책과 비전을 선도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민주당과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 중소기업이 기술개발하니 대기업이 기술탈취 해가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내놓은 공약을 가져다가 영혼 없는 정책으로 만들어 용두사미가 됐다. ‘심상정이 말하면 몇 년 뒤에 되더라’는 말도 있다. 2003년 민주노총 금속연맹 사무처장 시절 중앙교섭을 주도하며 ‘주 5일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합의를 바탕으로 지금의 주 5일제가 제도화 됐다. 공약인 ‘주 4일제’도 반드시 실현해내겠다. 대권보다 시민권이 강한 나라로 가는, 그걸 만들 수 있는 확고한 의지와 비전을 갖고 있는 후보가 심상정이다.

‘성인지예산’도 제도화했다. 17대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 안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성인지예산을 제안해 도입을 이끌어냈다. 성인지예산을 제도화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생리 기간 중 수영장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 대선 때 내놓은 ‘수퍼우먼 방지법’은 저출생의 원인을 여성이 아닌 노동, 기업, 사회의 문제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선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동안 직업적으로 여성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제 존재 자체가 여성주의였다. 남녀공학 대학에서 처음으로 여학생들만 모아 여학생회를 만들었다. 운동권 남자선배들에게 돌팔매도 당했다. 돌이켜보면 여성문제에 대해선 가장 치열하게 온몸으로 부딪쳐왔다고 생각한다.”

-심상정표 여성공약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보좌진과 함께 논의했는데 ‘내몸내만’이라고 이름 붙였다. 직접 내 몸으로 부딪쳐 내가 만든 공약이라는 뜻이다. 유행어인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갔다는 뜻)에서 가져왔다. 제 정책은 모두 전문가의 손을 빌린 것이 아니다. 제가 직접 몸으로 겪었고 제 손으로 만든 것들이다.”

-대선 출마를 결심할 때 배우자와 의논했나.

“출마를 많이 주저했는데, 남편은 하라고 하더라. ‘당도 어렵고 한국사회도 중요한 전환점에 있는데 지금 당신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면서. 의외였다. ‘내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늘 감당해왔고, 당신 마음속에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 남편은 늘 공인 심상정 편을 든다. 남편은 든든하지만, 가끔 배우자로서 개인 심상정 편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남편의 모습은 아니다.

“남편도 개인적으로 고뇌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양보하는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었을 거고. 남편이 예전에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하는 것보다 당신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아마 자신이 갖고 있던 열망을 내게 투영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경선 과정에서 변화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은 것이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다. 이제 정의당이 일어설 일만 남았다. 반드시 정의당의 시간은 온다. 내년에 진보 집권의 전망을 열고, 후배들의 공직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대선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치적 전망을 열어야 해결되는 문제다. 그 소임을 심상정에게 주었다고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대선 승리 전략은.

“대선까지 약 5개월 남았다. 정의당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올라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5개월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선은 해볼 만 하다. 심상정의 승부수는 여성‧녹색‧청년‧노동이다. 이번 대선은 여성들과 함께 하는 대선을 만들겠다고 생각한다. 여성 선거 캠프를 따로 구성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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