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SBS 8뉴스가 보도한 마포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사망사건 CCTV 영상 화면에 포착된 가해자의 모습. ⓒSBS뉴스8 영상 캡처
8월26일 SBS 8뉴스가 보도한 마포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사망사건 CCTV 영상 화면에 포착된 가해자의 모습. ⓒSBS뉴스8 영상 캡처

얼마 전, 서울시 마포구에서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한 한 여성이 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자신과의 연애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죽을 때까지 때렸다. 가해자는 정신을 잃어 쓰러진 사람을 질질 끌어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또다시 끌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가해자는 119에 전화를 했다. 정신을 잃은 여자친구의 정확한 상황을 알리기는커녕 ‘(여자친구가) 술을 너무 마셔서 기절했다’라는 등 자신의 범행을 숨겼다. 그렇게 한 사람은 폭력과 상해, 범행 은폐로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사건 당시 CCTV 영상이 방송되자 관련 뉴스에는 얼토당토 않게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CCTV 속 피해자가 가해자의 머리를 먼저 때렸다는 이유였다. 댓글들은 피해자가 원인제공을 했기에 가해자의 ‘정당방위’였다거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여성 인권 때문에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개겨서’ 벌어진 일이라거나, 여자들이 맞지 않고 자라서 겁 없이 무례하게 군다는 둥 전형적으로 피해자에게 피해의 원인을 돌려 ‘2차 피해’를 일으키는 발언들이었다.

정말 겁 없이 무례한 사람들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내가 먼저 한 대 맞았으니 나는 죽을 때까지 때려도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야말로 반사회적이다. 이들은 이러한 발언을 하며 ‘남성을 가해자 취급’하는 ‘여성에게 복수’했다며 모종의 통쾌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댓글들 사이에 흐르는 ‘통쾌함’의 감각을 느끼자 이별한 전 여자친구에게 복수한다는 명목으로 여자친구를 불법 촬영한 피해 촬영물을 유포하던 남성들의 ‘강간 문화’가 생각났다. 당신들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폭력은 덧셈과 뺄셈처럼 상계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들은 사적 복수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법과 규칙을 만들고 국가를 세웠다. 37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가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다가 남편을 죽이게 되어도 법원은 이 살인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가 37년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제 역할을 못했을 때조차 폭력은 상계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는 여전히 이 사회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 맞지 않고 자라야 한다. 남자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맞으면 참지 말고 때리라고 남성들을 가르쳐온 우리 사회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똑같이 때릴 것이 아니라 도망가거나 신고하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가르쳤어야 했다. 맞지 않고 자란 여성들은 잘못이 없다. 때리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

교제 상대에 의해 열흘에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한다. 1년간 살해되는 여성의 3분의 1 정도는 데이트 폭력에 기인한 살인사건이다. 이 말은 자신과 교제하거나 교제했던 사람을 살해하는 남성이 열흘에 한 명씩 있다는 뜻이다.

여성 인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여성 상위 시대이고, 성차별은 사라졌다는데 왜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의 폭력으로 죽어야만 할까. 여성 인권이 높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고 싶다면, 남자친구에 의해 열흘에 한 명씩 죽어버린 여자들을 살려내라. 그들을 모두 살려내면, 나는 지금이 바로 여성 상위 시대라고 기꺼이 인정하리라.

이가현 페미니즘당 서울시당 창당준비위원장.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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