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타인이 지닌 특허권도
개량해 기술적 진보 만들면
특허 등록 가능

특허를 등록받는 궁극적인 목적은 독점권이다. 나의 기술을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인데, 다른 제품이 내 특허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이뤄질까. 침해 여부 판단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한다. 기본이 되는 것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인데, 구성요소를 빠짐없이 완전히 갖춰야 특허권의 권리 범위에 포함된다는 원칙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캔들 워머 제품.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우드윅코리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캔들 워머 제품.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우드윅코리아

겨울밤의 낭만을 책임지는 캔들 워머를 예로 들어보자. 캔들 워머 특허권의 청구범위에 캔들을 올려놓을 수 있는 원형 받침대, 열을 가해 캔들을 녹여주는 할로겐 전구, 할로겐 전구에서 나오는 불빛을 반사하는 지붕, 그리고 캔들 워머를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한 손잡이를 구성 요소로 기재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제삼자가 원형 받침대, 할로겐 전구, 지붕은 있지만 손잡이는 없는 다른 캔들 워머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한다면, 이 제품은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여기서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이 등장한다.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구성 요소가 빠짐없이 있어야만 침해가 성립하고,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잡이가 없는 캔들 워머 제품은 위에서 가정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특허 청구항에 생략해도 크게 영향이 없는 구성요소를 넣으면 특허권을 등록해도 침해 여부를 다툴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원형 받침대, 할로겐 전구, 지붕, 손잡이를 모두 포함하고, 할로겐 전구를 켰다 끌 수 있는 스위치까지 추가한 제품이라면 어떨까? 스위치를 추가했더라도 특허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다. 스위치가 있든 없든, 제품은 청구항의 모든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허권자는 침해금지를 청구할 수도 있고, 제삼자가 특허기술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무형의 기술발명을 문언적으로 기재해 객관적인 권리 범위를 확정하다 보니, 구성요소 완비 여부만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면 특허권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제삼자가 구성요소 중 경미한 부분을 살짝 변형해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를 특허권으로 방지할 수 없다면 부당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여러 판단 원칙을 고려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균등론이다. 다르게 변형했더라도 그것이 균등한 범위라면 특허권의 권리 범위에 속한 것으로 본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특허 청구범위에는 원형 받침대라고 기재돼 있는데, 누군가 타원형 받침대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정원형이 아니기 때문에 문언적으로만 살펴보면 침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이나 특허 등록 과정, 그리고 기술 상식 등을 면밀히 살펴서 타원형이 원형의 균등범위로 인정된다면, 특허권 침해가 될 것이다.

한편, 특허발명 출원 등록에는 특허권의 침해 판단과 별개의 판단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스위치를 추가한 캔들 워머의 경우, 위에서 말한 캔들 워머 특허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부가된 스위치에 의해서 기존의 캔들 워머 제품에서 우수한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고 한다면 특허 등록이 가능하다. 즉 기존 특허권을 개량해 기술적인 진보를 만들어냈다면, 기존 특허권이 타인의 것이더라도, 새로운 구성을 추가해 얼마든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독창적인 기술이 적용된 특허 제품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기도 하는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처럼 특허 출원과 권리 행사 시의 판단이 별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특허권에 접근한다면, 특허제도를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더 보기 ▶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219&view_type=sm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