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나 면접 때 MBTI 유형 물어
취준생들 “일부 유형 비사교적 편견도…
취업 당락에 영향 줄까 불안하고 불편”
기업들 “트렌드 반영·지원자 성향 파악용”
전문가 “신뢰도 등 과학적 근거 부족”

최근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채용 시 MBTI 유형을 밝힌 경험이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독자

최근 일부 기업들이 채용 시 구직자에게 MBTI 유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원자들에게 MBTI 유형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했다”, “지원자들의 성향 파악 등 면접 자료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MBTI 유형에 따른 편견 탓에 채용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의 MBTI 유형을 바꿔 답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MBTI에 대해 “신뢰도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전문적인 도구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기업들 “MBTI는 지원자 성향 파악용”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2일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질문을 넣었다. ⓒ독자

마케팅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 A씨는 2020년 8월 광고 회사 위메이크에서 면접을 봤다. 회사 측은 면접 대기 시간, A씨에게 아이패드를 주면서 MBTI 검사를 요구했다. MBTI란 성격 유형 검사의 한 종류로,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등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A씨는 INFP(열정적인 중재자)였다. 평소 INFP는 ‘사교적이지 못한 유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A씨는 MBTI 검사에 임하기 두려웠다. 그는 “MBTI 검사는 전문성이 많이 떨어져서 재미로만 보는 인터넷 밈이라고 생각했는데 채용 시 수집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위메이크 관계자는 “MBTI 검사 결과가 면접 점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면접 대기 시간 때 3분 정도 긴장 푸시라고 진행했다”면서 “MBTI 결과를 바탕으로 스몰토크를 하면서 면접을 시작했다. MBTI는 아이스브레이킹용이다”고 밝혔다.

반면 MBTI를 면접 자료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2일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시오’라는 질문을 넣었다.

아워홈 관계자는 “MBTI 자소서 문항은 지원자의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또,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해 지원자의 차별화된 자소서가 작성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인·적성 검사와 연계해 지원자들의 성향 파악 등 면접 자료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취준생들 “MBTI 유형에 따른 편견 탓에 불안”

2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취준생들은 MBTI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질뿐더러 채용 시 ‘I(내향형) 유형’ 등 특정 유형의 사람을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취준생 홍모(25)씨는 “사람을 채용하는 중요한 업무에 대해 유사과학으로 취급받는 MBTI를 활용하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특정한 특징을 가진 개인이나 그룹을 꺼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BTI는 하나의 특징이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취준생 B씨는 “MBTI를 적어 내라는 서비스업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럼 ‘외향적인 E유형의 사람은 채용하고, 내향적인 I유형의 사람은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가?’하고 의문을 품었다”고 전했다. 취준생 C씨는 “MBTI 유형을 자소서에 쓰라는 건 회사랑 맞지 않는 성향의 MBTI 유형을 가진 사람은 뽑지 않겠다는 의미로 와 닿는다”고 밝혔다.

채용에 적합한 유형으로 자신의 MBTI 유형을 바꿔 제출함으로써 성격 검사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준생 방모(29)씨는 “채용에 유리한 MBTI 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말이 돌고 있다. 그러면 특정한 성격에 맞추려는 경향이 생길 테고, 이는 심리 검사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 “MBTI는 과학적 근거 부족…신뢰성 검증된 도구 많다”

전문가는 채용 시 지원자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MBTI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MBTI는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한다는, 접근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MBTI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MMPI, BIG5, DSM5 등 신뢰성이 검증된 도구들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지원자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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