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분리배출 도입 20년 지나도
시민들은 ‘재활용법 헷갈려’
애써 비우고 헹궈 분리해 버려도
뒤섞어 선별장행...상당량 폐기 현실
우유팩·투명페트병 등 고급 자원도
다른 폐기물과 섞여 버려져

지난 2월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재활용하지 못해 폐기될 쓰레기가 압착 상태로 창고에 쌓여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월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창동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재활용하지 못해 폐기될 쓰레기가 압착 상태로 창고에 쌓여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재활용을 가장 잘하는 국가’ 2위로 꼽았다. 1위는 독일(65%), 한국은 59%였다. 현실을 잘못 반영한 통계였다. 우리나라 분리수거업체가 가져간 재활용품이 100% 분리수거된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론 뒤죽박죽 섞어서 선별장에 가져가고, 상당량이 그냥 폐기된다. 알고 보면 한국은 ‘재활용 후진국’에 가깝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기업도, 정부도 ‘잘 버리는 법’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개개인이 품을 들여 재활용 가능한 상태의 쓰레기를 배출해도, 생산·유통·수거·선별 시스템의 허점 탓에 ‘도로 쓰레기’도 늘고 있다.

예컨대 우유팩은 100% 천연펄프 소재라 미용티슈 등으로 재생 가능한 고급 자원이다. 그런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유팩 재활용률은 15.7%에 그친다. 매년 우유팩 약 7만톤이 소비되는데 1만톤 정도만 되살아나는 셈이다. 우유팩을 ‘종이류’가 아닌 ‘종이팩’으로 별도 분리해 수거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투명페트병도 마찬가지다. 섬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고급 자원으로 분리배출 대상이지만, 여성신문 취재 결과 일부 업체는 “선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뒤섞어 수거하는 현실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민간 선별시설 155곳 중 33곳(21%), 공공선별장 187곳 중 13곳(6.9%)만이 투명 페트병 선별시설을 갖췄다. 

2월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자원순환공원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재활용품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월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자원순환공원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재활용품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아이스크림 라벨지에 붙은 재활용 등급 표기. 2021년 3월24일부터 제조업체는 상품 용기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평가받아 등급을 겉에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화장품 업계의 경우 면제받아 논란이 됐다. ⓒ여성신문
아이스크림 라벨지에 붙은 재활용 등급 표기. 2021년 3월24일부터 제조업체는 상품 용기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평가받아 등급을 겉에 표시해야 한다. 그런데 화장품 업계의 경우 면제받아 논란이 됐다. ⓒ여성신문

일부 기업의 ‘꼼수’도 문제다. 올해 3월24일부터 제조업체는 상품 용기의 재활용 가능 정도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단계로 등급을 평가받고, 그 등급을 용기 겉에 표시해야 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은 기업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하고, ‘최우수’ 기업은 분담금을 받는다. 그런데 화장품 업계의 경우 일부 용기를 기업이 회수하기로 하고 ‘재활용 어려움’을 제품에 표시하지 않도록 면제받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올바른 분리배출 노하우를 공유·실천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개개인이 모든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고 ‘분리배출’ 표식이 돼 있어도 재활용 효율이 낮거나 업체 사정상 결국 폐기되는 물건, 애초에 혼합재질이라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건이 무엇인지 일일이 가려낼 수 없다.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들이 “기업과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분노하는 이유다.

 

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에코백, 종이용기 사용, 정확한 분리배출.... ‘일상 속 친환경 실천’ 하면 떠오르는 일들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소비자들의 인식과 현실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현실적인 친환경 실천법을 안내한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 대안 지원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에게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들어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대부분 ‘재활용 안돼요’...힘 빠지는 배달음식 뒷정리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7

애써 분리한 우유팩·투명페트병, 뒤섞여 ‘도로 쓰레기’ 됐다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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