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둘러싼 다른 이해

'谷神不死 是謂玄牝(곡신불사 시위현빈)'.

'신이 죽지 않는 계곡이 있으니 이를 일러 현빈이라 한다.'

'곡신은 죽지 않으니 이를 현빈이라고 한다.'

<도덕경> 6장 '현빈'의 한 구절로 각각 이경숙씨와 도올이 해석한 것이다. 도올은 '곡'을 음(陰), 여성, 여자의 성기에 비유하며 노자의 철학을 음의 철학이라 주장했다. 여기서 빈은 암컷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올은 현빈을 어두운, 현묘한 어머니(mother goddess)라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다음 구절인 '是謂天地根(시위천지근)'에 이르러서는 여자의 성기가 바로 '천지의 뿌리'이며 천지의 생명이 나오는 곳이라 설명한다.

도올의 해석에 이씨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보통 곡신을 어떤 신의 이름으로 생각해서 첫 구절을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또는 '곡신은 죽지 않는다'고 해석했지만, 이 문장은 곡신(谷神) 불사(不死)가 아니라 곡(谷) 신불사(神不死)로 띄어 읽어야 한다는 것. 즉 '곡신(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가 아니라 '신이 죽지 않는 계곡'인 것이다. 이렇게 읽어야 '시위현빈', '이를 일컬어 가물한 계곡이라 한다'라는 구절과 연결이 된다.

이씨는 '천국', '극락'을 설명하는 데 책 한 권이 필요하듯 '현빈'은 노자가 만들어낸 명사이기 때문에 굳이 번역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노자를 여성찬미주의자로 오해하는 것은 모두 <도덕경>을 잘못 번역한 데서 온 해프닝이라며, 여성이 음에 속하지만 음이 곧 여성은 아니기 때문에 노자가 우리에게 보다 안전한 처세의 방편으로 권한 것은 '음적인 경향'일 뿐 '여성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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