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스, 데이지 호킹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참여 학생 인솔하다 체포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광복회 호주지회
1년8개월간 공동 프로젝트 통해 발굴

부산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에 참여하고 학생들을 인솔한 호주 선교사 벨라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드, 데이지 호킹.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부산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에 참여하고 학생들을 인솔한 호주 선교사 벨라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드, 데이지 호킹.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1919년 3월 11일 오후 9시. 부산 좌천동 정공단 거리가 “대한독립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일신여학교 교사들과 학생11명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주민 100여명도 합세해 정공단 일대는 어느새 태극기 물결로 가득 찼다. 이후 학생과 주민들은 범일동 방면으로 이동해 오후 11시까지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어 대거 출동한 일제 군경에 의해 시위는 끝내 멈췄고,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여교사 2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부산 일신여학교 만세시위는 부산지역 최초의 만세운동으로, 부산·경남 만세운동의 효시가 됐다.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당시 학생들을 인솔하는 현장에 호주 선교사 3인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지난 2019년 3월 11일 부산 동구청 인근에서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 모습. ⓒ뉴시스
지난 2019년 3월 11일 부산 동구청 인근에서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 모습. ⓒ뉴시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와 광복회 호주지회는 호주 부산 일신여학교만세운동 과정을 인솔하고 독립운동을 벌인 호주 여성 선교사 3인의 행적을 찾아 부산지방보훈청에 서훈을 신청했다.

여성독립운동연구소는 올해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아 광복회 호주지회와 함께 1년8개월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호주선교사 벨라 멘지스, 마가렛 데이비드, 데이지 호킹의 부산 3.1만세운동 과정을 인솔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소 측은 “선교사 3인은 학생들이 만세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의 흔적을 소각한 혐의로 증거인멸죄로 법정에 서고, 학생들을 인솔하고 보호하며 만세시위 현장에 있었던 혐의로 체포, 구금됐으며, 일본 법정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1919년 3월16일자 매일신보 기사 일부. 호주 선교사가 경영하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1919년 3월16일자 매일신보 기사 일부. 호주 선교사가 경영하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벨라 멘지스(한국명 민지사)는 일신여학교 설립자로서 당시 3·11 만세시위에 사용하기 위해 작성한 구 한국국기 소각해 증거인멸로 체포됐다. 일본외무성 기록에 따르면 멘지스는 고령에 외국인 신문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마가렛 데이비드(한국명 대마가례)는 일신여학교 교장으로 일본외무성기록에 따르면 그는 만세운동에 과정에서 학생들들의 시위운동을 인솔한 혐의로 붙잡혀 1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다. 당시 외국인 신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교사였던 데이지 호킹(한국명 허대시)은 일본외무성기록에 따르면, 3.1만세운동 과정에서 일신여학교 교원으로 생도의 만세시위를 인솔해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고, 불구속 기소됐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호주 여성 선교사들은 부산 3·1만세운동 준비과정에 학생들과 함께 했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솔자가 돼 함께 만세를 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한·호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호주 여성 선교사의 공적을 찾기 위해 연구팀을 꾸리고 자료를 찾기 위해 1년 8개월간 노력했다”며 “한국의 독립을 위해 함께 만세를 외쳤던 호주 선교사의 공적이 인정 받아 양국 간의 관계가 61년이 앞당겨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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