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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오늘은 어쩐 일이냐 이렇게 일찍 들어오고.”

한동안 이런저런 일에 밀려서 새벽에 귀가하다가 모처럼 밤 12시경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딸에게 반가움과 은근한 책망이 뒤섞인 어투로 친정어머니가 툭 한마디 하신다. 어머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TV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 프로그램에 열중하고 계셨고, 습관처럼 “저녁은 드셨어요?”라는 인사말을 던지고 돌아서는데, 등 뒤로 들려오는 모 남성시청자의 전화통화 내용이 내 귀를 확 잡아당겼다.

정치가 부패하게 된 데는 여성의 책임이 크며, 아무 생각 없이 피켓 들고 몰려다니는 아줌마부대부터 없어져야 정치가 깨끗해진다나. 어머니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일부라도 동조하는 표정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칠순을 넘긴 어머니는 나와는 정치적 성향이 정말 다르다. 지난 대선 때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기대를 갖고, 생전 처음 어머니에게 설득, 유혹, 호소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 한 표를 애걸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급기야 선거 당일 다른 사람 찍으러 갈 어머니를 투표 못 하게 다른 장소에 일시 '유기'할까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한 순간 했다.

옆지기는 “어머니께 투표의 자유를!”이라며 안달해하는 나를 은근히 힐책하더니, 자기는 지지난 대선때 “영샘이 영샘이” 하던 부산의 시어머니를 설득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했다고 '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약을 빠싹 올리는 것이 아닌가.

새해에 부산에 갔을 때 그때 그 분한 마음을 못 참고 시어머니께 확인차 물어봤다가 나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배꼽 잡고 웃어댈 수밖에 없었다. 막내아들에게는 너무나 상냥한 어투로 “응, 그럴게”라고 하시고는 막상 투표장에 가서는 “영샘이 찍었지롱”이라시며 옆지기에게는 절대 비밀이라신다. 우히히! 비밀이 어딨나요, 어머니. 즉각 옆지기를 문간방으로 할말 있다며 끌고 가서 비밀폭로, 통쾌상쾌! 그때의 옆지기 표정 마음껏 상상해 보시라.

아, 정말 대단한 우리 어머니들! 이번 총선에는 또 누구를 찍으시려나. 누구에게나 표를 던질 때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화두는 여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흔히 여성이 여성을 안 찍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억울하지만 한편 맞는 말이다. 직업상 많은 여성의뢰인을 만나게 되는데, 같은 여성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의뢰인이 있는가 하면, 분명 '여자가 제대로?'라는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의뢰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럴 때면 참 씁쓸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올해 들어 부쩍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찾아왔다는 의뢰인도 늘어나고, 바라보는 시각도 현저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달라지게 된 이유는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최근 들어 법조 사회에서 여성 법조인의 수가 급격하게 증대한 현상과 그 영향이다. 사법연수원 시절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많은 어려움들은 합격생 여성비율이 거의 1/3에 달하는 수적 증대를 이룩한 지금은 거의 해결되었다고 한다. 결국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로는 장식물처럼 필요에 의해서, 또 가끔은 의식의 변화로 여성의원 수가 증가하기도 하겠지만, 절대적 수의 증대를 이룩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의식변화와 여성 문제해결에 길을 열어야 할 때가 온 게 아닐까 한다.

더 이상 여성이 안고 있는 많은 불편부당한 문제의 해결을 남성의원들에게 호소하지 말고, 정치가 썩었니 어쩌니 하는 한탄도 더 이상 하지 말고, 우리 여성 스스로가 나서서 세상의 절반을 채운 것과 똑같이 조그만한 국회의 절반도 여성으로 채워야할 때다.

여성들이여, 이번 총선부터 시작해 국회의 절반을 채울 때까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성후보에게 몰표를 던집시다. 고집불통 친정어머니, 막내아들 사랑하는 시어머니, 이번 총선에는 꼭 여성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주실거죠,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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