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라 칼럼] 기후대응과 이상의 ‘황소와 도깨비’
[반하라 칼럼] 기후대응과 이상의 ‘황소와 도깨비’
  • 반하라 문화인류학자.작가
  • 승인 2021.10.02 09:28
  • 수정 2021-10-0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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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Sunrise Movement)’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평등을 없애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Sunrise Movement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는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Sunrise Movement)’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평등을 없애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Sunrise Movement 페이스북 캡처

‘기후가 미래를 죽인다’며 독일 청년 기후운동가들은 독일 총선(9월26일)의 각 당 후보들과의 기후논의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2018년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의회앞에서 기후대응 정책요구 시위를 시작한 이후 지난 3년간 전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이 기후행동과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내일을 위한 금요일’ 등교거부 시위에 동참해왔다.

지난 9월 24일 금요일 그레타는 베를린의 기후시위에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연설로 시위를 주도했고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세계 1400개 지역에서 청년들이 모여 금요일 연대시위를 벌였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가뭄, 홍수, 태풍과 산불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며 막대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지구가열화를 고조시키는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하고 있기때문에 청년 기후시위자들은 급진적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을 ‘마지막 세대’라 부르는 6명의 독일 청년 기후운동가들이 8월 30일 시작한 단식투쟁을 수주 째 풀지 않고 절박하게 기후 논의와 대책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각국의 탄소감축 실천구속력을 담보하는 최선의 대응책들을 끌어내야 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세계 기후과학자들의 연구기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배출과 흡수가 상쇄되어 배출이 없게 되는 의미)을 이뤄야 산업화 이전의 지구온도에서 1.5도 상승을 억제해 파국을 면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런데 지난 9월 17일에 나온 유엔 글로발 감축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2030년 중간 감축목표가 2010년 대비 최소 45% 달성인데 현행대로라면 2030년에 배출이 16% 증가하고 지구온도는 2,7도 상승해 기후대재앙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유엔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이 합의했던 개발도상국 기후피해와 탄소감축 지원 기후재원 기금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연말에 있을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9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지원 기금을 두배로 내겠다면서 메탄감축 기후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분의 1을 감축하는 ‘국제 메탄 서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80배 온실효과를 갖기때문에 지난 5월 유엔 보고서에서 메탄 감축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는데 메탄 서약이 구체화되었다. 메탄은 천연가스 생산, 화석연료 시추과정이나 농업생산과정등에서 배출되는데 37% 이상이 고기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다는 통계가 있다. 또, 최근 ‘네이처 푸드’에 발표된 논문의 공저자인 기후과학자 아툴 자인(Atul Jain)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약 35%가 식량 생산 과정에서 나오고 그 중 57%가 고기 생산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소고기 생산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식량 생산의 25%나 된다고 강조한다. 소의 소화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 가스가 온실효과를 배가시키고 삼림과 농지를 잠식하는 대지의 점유문제 때문이다. 식량 생산 증가를 위한 농지 확보와 탄소 흡수를 위한 삼림재건과 유지를 위한 저탄소전환 유도 농축산정책이 시급하다.

한국은 탄소중립 기후법을 통과시키고 탄소중립을 운운하지만 압도적 배출의 당사자인 대기업들의 배출억제 정책들을 회피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공적으론 기후행동을 지지하는 기업으로 표방했지만 이면엔 기후행동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에게 수십만 달러씩 후원하는 이중적 행동을 해왔고 화석연료 거대기업인 엑손과 같은 글로발 기업들은 십억 달러대의 로비를 벌이면서 정치권의 기후대응을 저지해왔다. 무슨 이유인지 한국에선 탄소감축에 역행하는 석탄발전기를 올해 2기 완공했고 5기를 더 짓는다고 한다. 2012년 석탄발전 비율을 40%에서 2020년 2%로 낮추고 2024년 완전 탈석탄하는 영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대선기간 기후문제는 묻혀서도 안되고 ‘경제 논리’에 포획되어 위험하거나 효과없는 대응전략에 오도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탄소배출 수치로 보면 국내외 모두 대기업들이 막대한 탄소배출의 원인이기 때문에 저탄소 산업전환이 거대한 구조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전환에 저항하면서 기술발전에 기반한 ‘녹색성장’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은 위기를 가중시키고 문제해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대전환과 더불어 개인의 변화가 기후대응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본다.

'황소와 도깨비' 이상 지음, 한병호 그림, 다림 펴냄
'황소와 도깨비' 이상 지음, 한병호 그림, 다림 펴냄

작가 이상이 만 26세에 쓴 동화 『황소와 도깨비』(1937)엔 기후대응적 삶의 이상적 전망이 그려진다. 30대의 주인공 돌쇠는 혈혈단신이다. 그는 몇 마지기 있던 땅을 팔아 황소 한 마리를 산다. 돈이 필요하면 장작을 모아 황소에 싣고 장터로 나가 팔아 황소를 잘먹이고 흡족하게 살아간다. 소는 돌쇠의 자부심이자 그가 의지하고 돌봐주는 반려와 같다. 하루는 나무를 팔고 돌아가는 길에 사냥개에 꼬리가 잘리고 쫓기는 불쌍한 도깨비, 산오뚝이를 만나게 된다. 도깨비는 두달만 황소의 위에 들어가 숨어살 수 있도록 해주면 황소의 힘을 10배 강하게 해주겠다며 살려달라고 빈다. 돌쇠는 황소가 응낙하자 도깨비를 숨겨준다. 약속대로 황소는 힘이 10배나 세져서 하루에 세 번씩 장작을 실어다 팔수 있게 되어 돌쇠는 돈도 번다.

그런데 도깨비의 살이 오르자 황소의 배가 터질 듯이 불러오고 황소는 죽게 될 처지에 놓인다. 돌쇠는 황소가 너무 불쌍해서 도깨비를 구해준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돌쇠에게 황소가 하품을 하면 자신이 껑충 나올 수 있다면서 하품을 시키라고 한다. 돌쇠는 소가 하품을 하도록 갖은 노력을 하지만 실패하자 지친 나머지 하품을 했는데 돌쇠를 본 황소가 하품을 따라하자 도깨비는 황소 입 밖으로 깡충 나온다. 황소의 배에서 꼬리 상처도 낫고 건장해진 도깨비는 보은으로 황소의 힘을 백배로 세게 해주고 떠난다. 돌쇠는 ‘불쌍하다면, 도깨비가 아니라 귀신이라도 살려줘야 하는 법’이라고 되새긴다.

26세에 사망한 영원한 청년작가 이상은 경쟁적으로 과열된 노동에 몰입되어 자산축적을 지향하는 에너지 소비형(탄소배출적) 스타일과 대척적인 ‘게으른’ 돌쇠를 행복한 인물로 보여준다. 또 도깨비가 아닌 귀신이라도 불쌍한 처지라면 후회할지라도 우선 구해줘야 한다는 돌쇠의 믿음은 기후피해로 속출하는 난민들(자신포함 누구든 기후난민이 될 수 있는 예측불능의 현실)과 살아가야 할 기후세대의 상생공존을 위한 환대의 모험정신를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돌쇠와 황소의 관계는 사람과 동물의 상부상조적 조화와 친밀하고 수평적인 이상적 동반의 구현으로 그려진다. 그들 간에 포식적 존재는 상상할 수 없다. 이상의 ‘황소와 도깨비’가 기후세대의 개인적 입지에서 대응적 삶의 다양한 구성에 대한 한 예로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친환경적 땔감이 되어줄 수 있다면… 잠든 이상의 영혼이 미소지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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