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쿨미투 촉발한 용화여고 사건
공론화 3년여 만에 대법원 확정 판결
공대위 “모든 스쿨미투의 등불” 환영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건 고소 이후 마지막 판결이 진행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3단체가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제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화여고 전직 교사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9월30일 대법원 신고 직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등 지원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용화여고 재직 당시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교사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6)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학교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제자들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재판부에 넘겨졌으나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용화여고 학생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서명운동, 1인 시위 등을 통해 이 사건을 공론화했고 A씨는 결국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항소했다. 지난 7월 항소심에서 A씨는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각각 5년간 취업제한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상고장을 제출했다.

“스쿨미투는 이제 시작…이번 판결, 모든 스쿨미투의 등불 될 것”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건 고소 이후 마지막 판결이 진행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3단체가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제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화여고 전직 교사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9월30일 대법원 신고 직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등 지원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날 선고 직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모임·한국여성의전화는 30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경숙 전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모임 집행위원장은 “선고가 나오기까지 1293일 걸렸다”며 “3년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피를 말리며 살았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2심을 가장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소이유서에 가해자가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소영웅주의’에 빠져 있다고 표현했다”며 “마치 우리가 사람들을 선동하는 단체처럼 표현했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라고 했다”고 분노했다.

김정수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 활동가는 “스쿨미투는 개별 가해교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교 내 권력 구조, 교육체제 및 사회 전반의 성차별 문제로 일어난다”며 “스쿨미투 해결을 위한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모임은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정의를 세워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은 용화여고 스쿨미투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스쿨미투의 등불이 돼 방방곡곡을 비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고발자 여러분 덕분에 후배들이 교실에서 가해자를 만나지 않게 됐다”며 “이같은 피해는 이제 ‘훈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라는 가해자 중심적 사고와 망언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사건 고소 이후 마지막 판결이 진행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3단체가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제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용화여고 전직 교사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9월30일 대법원 신고 직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등 지원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교사로서 수많은 학생들이 혐오와 차별에 놓여 있음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성한다”며 “개인 성찰에 머물지 않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 판결이 성찰과 전환의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란다”며 “아직도 젠더폭력 안에 교사와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스쿨미투는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발언에서 신민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저자는 “스쿨미투는 지금의 재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졸업생들의 문제이자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모든 이들의 일들이 스쿨미투일 것”이라며 “오랜시간동안 묵인돼왔던 문제들이 해결과 치유의 과정을 밟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폐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말하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리고 싸우기로 결정한 사람들로 인해 학내 성폭력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모여 모교의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하며 시작됐다. 그해 4월 재학생들도 선배들의 취지에 공감하며 창문에 ‘위드유(WITH YOU)’, ‘위캔두애니씽(We can do anything)’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붙이며 스쿨미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용화여고는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가 나오자, 용화여고 재학생들은 창문에 '#WITH YOU' '#ME TOO' 등의 문구를 만들어 붙여 연대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가 나오자, 용화여고 재학생들은 창문에 '#WITH YOU' '#ME TOO' 등의 문구를 만들어 붙여 연대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