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드는 정치 노하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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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인맥 최대활용 비용 아껴 정치도 교육과정 필요해

“사진과 기호를 새롭게 디자인한 피켓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마지막날엔 결국 남들처럼 판에 박힌 사진에 이름과 기호뿐인 피켓으로 바꿔야 했어요. 처음엔 정책을 이야기했는데 나중엔 제 이름도 없어지고 기호만 남더라구요.”

열린우리당 여성중앙위원으로 출마했던 김수진 열린우리당 강남을 후보는 이렇게 첫 선거의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지난 2일 김수진강남문화연구소에서 만난 김 후보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낙선의 아쉬움과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감추지는 않았지만,

김 후보는 중앙위원에 여성 32명이 출마해 15명이 당선되고 장애인도 중앙위원으로 함께 설 수 있었다는 사실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 부산 출신의 김수진 후보는 동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0여 년간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쳐온 학자였다. 9년 전 서울 강남으로 이사 온후 우리들병원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창의적인 기획력과 경영 능력을 높게 인정받아왔다. 김 후보가 정치에 몸담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생각이 맑았기 때문에 당시 많은 사람이 노 후보를 지지했고 저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김 후보는 당시 노사모의 강남 번개 모임을 이끌면서 강남 노사모의 동조직화를 이뤄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 노사모 동조직의 모델로 제시됐다. 또한 김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전국적으로 국민참여선거인단을 모아내 탁월한 조직력을 드러냈다.

이후 김 후보는 개혁국민정당 강남을 지구당 위원장을 지냈으며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에서 여성단장을 맡았다. 김 후보는 통합 전 마지막까지 열린우리당에 당직 30%, 지역구 30%, 비례대표 50% 여성 참여와 여성공동대표 등을 요구해 정당 여성정책의 밑그림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총선에서 김 후보가 출마할 서울 강남을은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의 지역구다. 최근 오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출마 의사를 비친 곳이기도 하다.

“강남이 한나라당 텃밭이라고요? 변신을 하지 않고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부유한 강남 사람들은 보수적이기보다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 후보는 강남을에서 한나라당의 선전은 보수성보다는 영남 출신 주민이 30% 이상인 까닭에 '지역주의'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부산 출신의 김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역주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고 개혁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남성후보와 먼저 경선을 치러야 하는 관문이 남았다. 하지만 김 후보는 “강남에서는 '여성'이 경쟁력을 갖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강남의 투기, 사교육 문제는 강남 고학력 여성들의 문제입니다. 고학력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하죠. 여성의 사회참여는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의 문제예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이에요.”

일각에서는 “정치를 모른다”며 김 후보의 도전을 무모하게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단호했다.

“지금 정치를 아는 여성은 없습니다.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있었지만 선거와 정치 노하우는 없어요. 저는 후배 여성정치인들을 위해 먼저 과정을 개척하고 조직, 인력, 자금 등 정치 노하우를 투명하게 남길 생각입니다.”

김 후보가 정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적은 돈을 쓰는 것'이다.

“정치에 무지했을 때는 법정 선거 자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딱 15일 동안 선거를 치르는 돈일 뿐입니다.”

능력 있는 여성이 선거비용은커녕 선거기탁금도 구하지 못해 출마를 포기하는 것을 보며 김 후보는 아직까지 돈을 갖추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실감했다. 여성들이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가능한 돈이 적게 드는 선거의 모델을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김 후보는 현실의 유혹들을 애써 뿌리치고 있다. 그 흔한 여론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인력도 최소화해 홍보나 비서 등은 가까운 지인들이 돕고 있다.

“생활과 더불어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술자리문화 등 정치문화는 아직까지 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요. 독일처럼 정치도 인기에 기반하지 않고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또 여성후보들에 대한 정치 트레이닝이 필요해요. 화장이나 코디에서부터 스피치, 실무까지 실질적인 정치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해요. 제 정치경험이 후배 여성들을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선희 기자so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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