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최종 수사결과 발표 앞두고
군인권센터서 비판 기자회견
이 중사 아버지, 딸 얼굴 실명 공개
“공개하면서라도 호소하고 싶은 마음 크다”
선임 집단구타로 사망한 고 윤 일병 어머니도 연대

공군 이 중사 아버지가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교육장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사망한 공군 이예람 중사 부친이 군의 진상 규명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교육장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인권센터는 “확인된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의도적 부실수사, 제 식구 감싸기로 요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수사 전반에서 진상규명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국방부검찰단이 피의자들의 진술을 적극 인용한 점 △국방부장관이 특임군검사를 임명했으나 손발을 묶어 수사를 방해한 점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로 짜 맞추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교육장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수사결과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이어 “정부는 성폭력 피해도 막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에 실패해 부하를 잃었으며 성역 없는 수사도 실패한 국방부장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며 “특검을 도입해 민간에 의한 전면 재수사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군 이 중사 아버지와 함께 2014년 선임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고 윤 일병 어머니도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여군으로서의 꿈을 가진 자식을 둔 부모들이 마음 놓고 군을 믿고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이 사건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저는 내일 발표될 최종수사결과 역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말씀 드릴 수 있다”며 수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의 중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 불기소 처분 권고를 받았다”며 “군이 하는 재수사는 절대 안 되며 특검 제도를 이용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는 지난 7일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진 피의자 17명 가운데 가해자 장 중사 등 9명에 대해선 기소 의견을,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을 냈다.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 관계자 2명에 대해서도 불기소 의견을 권고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이날 이 중사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여성신문

이 중사 아버지는 “국방부장관을 공식, 비공식으로 여덟 번씩이나 만나고 독대까지 하면서 엄정한 수사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왜 수사가 끝날 무렵이 되니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수심위원들은 군검찰을 적극 옹호하며 비판적인 수심위원들을 견제하고 방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수심위가 군대에선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정비 되지 않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국방부가 방패막이로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이날 이 중사의 실명(이예람)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라도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할 수 있는 최후의 것을 전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선임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 어머니가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여성신문

아들을 떠나보낸 지 7년 된 윤 일병 어머니는 “우리 가족들이 싸우는 사이에도 정말 많은 우리 아들, 딸들이 군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떻게든 숨기고, 무마해보려는 군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가도 도대체 바뀌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벌 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본 군인들이 오늘 이 중사의 죽음과 엉망이 된 수사 결과를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 모두 특검 도입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3월 초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장모(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혼인신고를 마친 날인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지기 전까지 가해자 장모 중사 외에 노 모 준위와 노 모 상사 등으로부터 2차 피해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