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지지모임 발족…KCC 처벌·현대 주주되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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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현정은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 결성식에 참석한 현정은 회장이 여성들로부터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계가 현정은 회장 지지에 나서면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30일 여성계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위협에 대해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전형”이라며 현 회장 지원을 위한 '현정은 회장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을 발족했다. 이 날 여성계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과 관련, 금감원에 KCC측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서 제출 및 현대 엘리베이터 주주사기 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밝혔다.

30일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의 사회로, 강기원 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경숙 민화협 상임의장, 이계경 마고기획 회장, 김수자 아키아연대 대표, 이정자 녹색미래 공동대표, 임정희 밝은청소년지원센터 대표, 김영순 전문직여성한국연맹 회장 등 준비위 인사를 비롯, 전 국회의원인 정희경 청강문화산업대 이사장,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 서명선 여성부대외협력국장,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장, 정명금 한국여성경제인협의회 회장, 한영자 한국걸스카우트 부총재 등 영향력 있는 여성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당사자인 현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혜훈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에 대해 “KCC는 경영참여를 위해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이용,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20%를 매입했다”며 “이는 주식지분의 5%이상 가진 사람이 변동사항에 대해 공시해야 하는 증권거래법 '5%룰'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이번 사건은 적대적 M&A의 의지를 드러낸 KCC에 대해 국가경제 질서확립 차원에서 금감원이 주식처분권 등 법적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경 이사장은 “이번 사태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전형적인 산물”이라며 “'그룹 경영권은 정씨가 잡아야 한다'등의 언어는 가부장적 제도에 의해 나타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이사장은 현정은 회장에게 “억울한 남편의 죽음과 이 땅의 여성들을 생각해 결코 의지를 꺽지 말라”고 당부했다.

손봉숙 소장도 “이처럼 여성이 사회로부터 부당하고 억울하게 당하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 회장의 뒤에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격려했다.

또한 남편을 잃고 회사를 인수, 사업에 성공한 삼경정보통신 김혜정 사장은 “남편 사후 지분율 관계로 직원들과 대립에 힘든 경험이 있었다”며 “한 명의 지지자 없이도 성공했는데 이렇듯 지지하는 여성들이 많은 큰 기업은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 회장은 여성들의 격려에 대한 답변으로 “여성계의 성원이 큰 힘이 된다”며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에게 후회없이 혼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여성 경영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날 참석자들은 금융감독위원회에 KCC측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서와 현 회장 지지 서명인부를 제출하고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주주 되기 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KCC 측의 지분매입과 관련, 오는 11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공시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처분 명령권을 내린다.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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