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손수건 처럼 사람이 있는 드라마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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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문학, 사람의 삶이 들어가 있는 작품 쓸 터

지난 해 호주제 문제를 다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노란 손수건>(KBS·2003)의 박정란(62) 작가는 “좋은 뜻으로 사회에 기여한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노란 손수건>은 12년 만에 KBS로 돌아 온 박씨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다. KBS 일일 연속극이 비교적 '잘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는 그는 “기존 작품보다 갈등 구조도 강하게 가고 미니 일일극처럼 템포감을 줬다”면서 속으로 “내 작품 같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의도하지 않게 사회적 이슈 있는 드라마로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드라마가 나가는 동안에는 '악질 페미'라고 욕하는 시청자들부터 '호주제 없애는 데 서명운동이라도 하겠다'는 여자 시청자들까지 반응이 다양했죠.”

진명여고 문예반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입상 경험이 많았던 박씨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서 6년 간 일했다. 글을 쓸 생각으로 소설, 시나리오, 방송을 놓고 고민하다 스스로 통속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 방송 쪽을 택했다. 1년 가량 습작을 하고 68년 KBS 라디오 드라마에 극본이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 당시만 해도 방송 작가는 문학하는 사람만 한다는 인식이 강해 지금처럼 대중적인 분야가 아니었고, 더욱이 여자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이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이 길로 안 왔어요. 물론 순수 문학과 대상도 틀리고 건져야 하는 효과도 다르지만 드라마도 문학이라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전에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드라마보다 좋은 작품을 추구하는데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많이 탈피하려 한다”면서 “좋은 작품과 시청률이 별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가는 드라마엔 시선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흥미 위주 보다 사람의 모습, 삶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 좋아요. 기본적으로 문학의 베이스를 깔고 현실에 맞는 트랜디가 있는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TV <천국의 계단>의 곽호석 조연출이 아들인 박씨는 유심히 드라마를 지켜보고 “아니다” 싶은 부분을 지적해준다고 한다. 인기를 끌었던 <옥탑방 고양이> <다모>도 즐겨봤다면서 최근에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수차례 보고 “사람의 마음이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에 가슴 찡함을 느꼈다고 한다. 연말 시상식에서 그는 “일을 그만두는 날이 여자 작가의 정년이 된다는 생각으로 건강, 능력이 허락되는 한 80세까지라도 쓰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몇 안 되는 선배인데 후배들한테 좋은 모델이 되어야죠. 물론 작품으로 도태되고 싶지도 않습니다.”아침부터 밤까지 남 보다 두 배는 앉아 있어야 글이 써진다는 박씨는 “작품성과 시청률이 같이 가는 드라마를 쓰겠다”며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으로 다음 작품 구상을 위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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