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1.jpg

◀이윤경/ 한국보육교사회 공동대표

1992년 가을,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그저 아이들과 열심히 생활하고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그것으로 아이들과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95년도에 느닷없이 아동정원이 늘어났다. 36개월에서 48개월까지의 유아(한국나이로 5세)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이 1 대 15에서 1대 20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사람의 보육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이의 수가 늘었다는 숫자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동의 입장에서 보육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이는 예전보다 성인의 보살핌을 덜 받게 되었다는 것이고 교실 면적의 축소로 더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의 권리는 무시되고 철저하게 공급중심으로만 정책이 결정된 것이다.

물론 보육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느냐,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정책은 달라지게 된다. 다행히 지난 1월 8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육의 공공성 확보와 질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내용들이 만들어졌다. 만5세 유아와 장애아에 대한 무상보육 실시, 보육교사 자격증 제도 도입 등 자격기준 강화, 시설에 대한 평가인증제

실시, 아동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안전하고 균형있는 급식의 제공 등이 개정된 법에 포함되었다. 무엇보다 보육이념으로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 명시하여 보육정책을 아동권익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와 보육위원회에 보호자가 참여하여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육정책과 어린이집 운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이제, 이에 걸맞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2003년 3월부터 논의되어 온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은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이혼율의 증가로 인한 가족구조의 변화(한부모 가정의 증가)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는 아동의 양육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으며 보육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합리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으며, 특히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성부가 보육업무를 맡을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정책이 어떤 관점에서 결정되는 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때 여성부는 보육정책을 수요자 중심의 관점, 즉 아동과 부모의 입장과 권리의 관점을 중심에 놓는 부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보육사업의 법적 토대가 정비되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육사업을 집행할 부서이관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근거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통과를 하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안보다도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바뀐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시행령을 준비하고, 법에 명시된 신규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부서이관이 마무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행정의 공백과 보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조직법 개정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 우선하여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처리해야 한다.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