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하고 범국가적인 가족계획 운동을 벌이던 기억이 생생한데 아이를 적게 낳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부부가 결혼하여 평균 2명의 자녀를 낳아야 같은 인구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데 우리는 1.17명으로 미국, 프랑스, 일본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2017년부터는 인구가 줄기 시작하여 백년 후에는 구한말(舊韓末)과 같은 1,6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셋째 아이 성비 불균형 심각

그래서 국회와 정부가 다투어 출산 장려책을 발표하였는데 모든 산모에게 2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에서부터 월 일정 금액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자녀를 많이 낳는 사람에게 세금이나 주택공급의 혜택을 주자는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산아제한 시절 쓰던 방법을 반대로 하는 내용이다.

전에 셋째 아이는 의료보험도 제외하고 세금공제도 안 해주었는데 이번에 국회에서 셋째 자녀는 18세까지 국가에서 양육비를 대주자고 제안했으며 서울시와 정부도 셋째에 대한 수당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전례를 조명한 그럴 듯한 해결책 같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현재 첫째와 둘째의 남녀비율은 조물주가 정해 준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셋째의 남아 대 여아의 비율은 150 대 100에 달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들을 가지려고 셋째를 낳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인데 이를 고치지 않고 국가가 양육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양육환경 돈만으론 안 돼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효과가 의문이다. 아이 낳고 키우는 게 힘이 드는 일이므로 돈으로 지원하면 도움이 되리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출산율 변화는 만혼 및 독신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 24.8세에서 2002년에는 27세로 늦추어졌고, 20대 미혼여성의 비율은 1970년 34.6%에서 2000년에는 63.2%로 높아졌다.

20대 결혼율 50%도 안돼

과거에는 20대 여성 열 명 가운데 결혼한 사람이 일곱명 가까이 되었는데 지금은 네 명도 채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사회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될 수 있는 한 결혼을 늦추고 직장생활을 하려는 여성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을 하면 의무적이다시피 퇴직을 하던 관행은 없어졌으나, 실제적으로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또한 가사부담은 경제활동과 상관없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가 채 안 된다. 스웨덴의 81%에 크게 못 미치며 선진국 대부분이 70%를 넘는 것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직장·출산 지원책 병행을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0년에 7%를 넘어섰으며 2019년에 14%에 도달할 전망인데, 선진국에서 수십 년 내지 백년에 걸쳐 진행된 고령화를 우리는 20년 사이에 경험하게 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는 것이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하였다.

여성들의 75%가 직장생활과 출산 사이에 갈등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저출산과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출산장려책보다 여성으로 하여금 아이를 낳고도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양립 지원정책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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