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첫 ‘비혼동거 실태조사’

결혼식 ⓒ뉴시스·여성신문
비혼동거 부부는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법률혼 부부보다 높고, 정서적 유대감도 법률혼 부부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뉴시스·여성신문

비혼동거 부부는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법률혼 부부보다 높고, 정서적 유대감도 법률혼 부부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과 제도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많다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는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0월12일부터 11월6일까지 19~69세 국민 중 동거 중이거나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혼동거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정부 실태조사는 처음이다. 
 

파트너와의 관계 만족도. ⓒ여성가족부
파트너와의 관계 만족도. ⓒ여성가족부

동거 사유 1위 ‘자연스럽게’

조사 결과 동거 사유(중복응답)로는 전 연령층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3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남성은 동거 사유로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6.9%)를, 여성은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28.1%)를 들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경우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38.6%), 30대는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9.6%), 40대와 50대는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얽매이기 싫어서’(각33.7%, 48.4%), 60세 이상은 ‘결혼하기에는 나이가 많아서’(43.8%)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을수록 결혼 제도의 필요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향후 법률혼 의향에 대해 64.4%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가 69.9%로 가장 높고 29세 이하 65.0%, 50대 62.9%, 40대 55.4% , 60세 이상은 12.5% 순이었다. 

가사 수행 분담 ⓒ여성가족부
가사 수행 분담 ⓒ여성가족부

법률혼보다 성평등한 가사·돌봄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63%로 전통적인 결혼 배우자 관계 만족도(57%)보다 6%포인트 높았다.

가사·돌봄을 파트너·배우자와 똑같이 하는 비율은 ‘시장 보기ㆍ식사 준비ㆍ청소 등 가사 노동’ 70.0%, ‘자녀 양육과 교육’ 61.4%로 나타났다.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서 법률혼 부부가 똑같이 가사노동을 한다는 응답보다 각각 43.4%p, 22.2%p 높아 비혼동거 가족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성평등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파트너와의 갈등과 의견 충돌 경험의 경우엔 ‘있다’가 67.0%로 법률혼 관계(47.8%)보다 20% 가까이 높았다.

동거 경험을 긍정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감’(88.4%), ‘상대방의 생활 습관을 파악하여 결혼 결정에 도움’(84.9%), ‘생활비 공동부담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음’(82.8%),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음’(75.4%), ‘명절 및 가족행사 등 부담 덜함’(72.0%) 순으로 나타났다. 

혼인신고 안해 병원 등에서 불이익

비혼동거 부부는 법률혼 부부에 비해 상대에 대한 만족도는 높고 정서적 유대감은 비슷하지만, 사회적 편견과 제도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로 인한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응답자 절반이 ‘주택 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 이용 어려움’(50.5%), ‘부정적 시선’(50.0%), ‘법적인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함’(49.2%)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동거 중이며 자녀가 있는 경우 ‘출생신고 시’(52.3%), ‘의료기관에서 보호자 필요 시’(47.3%), ‘보육시설이나 학교에서 가족관계 증명 시’(42.9%)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유무에 관계없이 응답자 전체에게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 양육에 따른 어려움을 물어본 결과, ‘세금 납부 시 인적공제나 교육비 혜택이 없다’(62.4%), ‘부모 중 1명이 보호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53.1%), ‘부정적 시선이 있다’(46.8%) 순으로 답했다.

비혼 동거 가족에게 필요한 정책으로는 ‘수술동의서 등과 같이 의료적 결정 시 동거인을 법적인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하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65.4%)을 가장 높게 꼽았다. 이어 ‘동거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동등한 인정’(51.9%), ‘사망, 장례 시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던 국민들을 포용하고, 모든 아이들이 가족형태와 상관없이 보편적 인권을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혼 동거 가족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전문가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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