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기계건설코리아 부사장 CFO 제니스 리

◀<사진·민원기 기자>

선진 재무관리시스템 구축 흑자전환

신뢰·평판 좋으면 팀원은 믿고 따라

굴삭기, 로더, 굴절식 트럭, 모터그레이더 등 험악하게 생긴 건설 중장비만을 생산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시스템을 움직이는 제니스 리(42) 부사장.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약하다는 편견은 없어져야 합니다. 실력으로 승부해야죠. 오히려 여성이 멀티태스킹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부품이 많고 제조공정이 복잡한 중장비 제조업 분야에 적합합니다.”

이 부사장은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도입하면서 재무관리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1998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삼성중공업을 인수하고 670억 원 적자에서 3년만에 300억 흑자를 일궈낸 것도 선진프로세스에 맞는 ERP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군살을 제거하고 경상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최적의 솔루션을 재구성한 제니스 리는 2000년 8월 CFO(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기에 이른다. 1998년 12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입사 후 2년 만이다.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세팅이 잘 된 곳에서 자기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어하는데, 저는 항상 뭔가를 세팅하고, 없는 곳에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저를 이끄는 힘입니다.”

이 부사장에겐 '창조에 대한 성취감'이 일을 하는 목표이자 자신을 이끄는 힘이다. 그는 1983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대 금융기획 석사와 클리블랜드 주립대학 회계 및 금융정보시스템 경영학 석사 취득 후 1993년 대우중공업 미국 본사에 입사해 이미 대규모 통합회계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3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는 대우중공업 미주 본사를 다 묶어서 체계와 전산 시스템을 통합, 구축한 적이 있었어요. 미국 본사 전체를 통합했으니 굉장히 큰 규모의 일이었죠.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가정생활 병행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은 건, 제가 바로 원하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포지션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부사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첫 번째, 방향제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똑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원칙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에겐 비전이 나올 수 있지만, 원칙 없이 흔들리는 사람에겐 방법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80년대 일본이 미국시장을 잠식했을 때 GM은 숨겨놓은 기술이 있을 거라 판단하고 도요다와 기술을 제휴했어요. 하지만 포드는 처음부터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데 착안, 기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조직형태로 다가갔어요. 결국 넓은 관점에서 방법을 찾은 포드가 조직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리더는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이 부사장은 또 “커리어를 갖고 있는 이상은 끝까지 자기 연장을 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리어를 관리하는 과정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다음에 무엇이 나타날지 도구를 준비하고 오르는 사람은 점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 것. 지금도 그는 미국에서 대학원과정을 다시 듣기 위해 미국을, 본사 일을 점검하기 위해 창원 공장을, 글로벌기업 회의를 위해 유럽을 바쁘게 오간다. 제니스 리의 이런 자세와 노력으로 그는 '능력 있는 리더'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일로 맺어진 관계에서 '신뢰'와 '평판'은 성공적인 팀을 이끄는 필수 조건이 됐다.

“사람들에게 레퓨테이션(평판)이 형성되면 팀원들은 따라옵니다. 누가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거기서 효율성이 나온다는 거예요. 또 인간적인 믿음이라는 건 오래 사귀지 않는 한 생길 수 없는 거지만 비즈니스에선 그런 게 없잖아요. 우리가 따지는 시간관념말고도 일과 연계된 신의를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게 매니저의 스킬(기술)이죠.”

감현주 기자soon@

제니스 리의 성공포인트

일 우선순위 등 시테크 필수

1. 커리어 앵커(목표)를 세워라

커리어 매니지 플랜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배가 부두에 정박할 때 흔들리지 않도록 앵커(닻)를 내리듯 커리어 앵커는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커리어를 정진하는데 길잡이가 된다.

2. 프로페셔널이 되라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고객이 있다는 것. 아마추어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땀을 흘리지만 프로는 자신을 평가하는 고객을 위해 일한다. 고객에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3. 프로세스 중심으로 일을 하라

프로세스 중심으로 맺어진 일 관계에서는 사적인 감정과 편견이 배제될 수 있다. 때문에 성별, 나이, 지역, 학벌 등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또한 사적인 네트워킹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4.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사람에게 부여되는 24시간은 똑같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사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은 질 높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우선순위 배분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