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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런, 에코스쿨, 드림레터, 진로레시피

 

‘E, 서울. 지하철에서 처음 봤을 땐 달리기 광고인 줄 알았다. 런을 영어의 run(달리다, 달리기)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E? 요즘 유행하는 랜선(온라인) 마라톤인가. 아니면 수식어 이런인가. 다시 살펴보니 멘토링도 인강도 모두 무료라고 돼 있다. 그때서야 런이 run이 아니고 learn(배우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울런’. 서울시가 저소득층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을 위해 만든 무료 교육 플랫폼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사이트를 고르면 유명강사의 인기 강의를 무료로 듣고, 대학생 멘토로부터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교육복지 공약 사업이다. ‘공교육 놔두고 웬 사교육이라는 비판에 부딪쳐 시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일부 삭감으로 되살아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827일 가동됐다. 잘 활용 되면 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기회 증대 및 그에 따른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획이다.

아쉬운 건 작명이다. ‘E런 서울런을 누가 무료 인터넷강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말 작명이 정히 어려웠으면 ‘e러닝, 서울러닝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e러닝, 서울인강정도로 지었어도 됐을 것이다. 교육 그것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꼭 이해하기 어렵고 혼동하기 쉬운 이름을 붙여야 했는지 의문이다.

교육 관련 행사나 정책의 영어 범벅 작명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에코스쿨', ‘진로레시피’, ‘드림레터. 서울시교육청 누리집에 가면 우리말 명칭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에코스쿨은 서울시교육청이 환경부, 서울시와 함께 서울 강서구의 공진중학교 폐교 부지를 친환경 복합시설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에코스쿨이란 영어 이름에 생태전환교육파크라는 어려운 설명도 붙어 있다. 탄소저감 숲, 빗물 이용 생태연못 등을 만들고, 범교과 환경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알기 쉽게 환경학교라고 하면 뭐가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

드림레터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진로 지도방법, 자녀 진로상담 사례, 체험 정보, 다양한 직업 및 학과 정보를 담아 보내는 진로소식지다. ‘진로소식’ ‘진로우편라고 해도 될 것을 드림레터라는 명칭을 갖다 붙였다. 차라리 꿈편지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유치하게라는 평도 있겠지만 애교 있다는 얘기도 듣지 않을까.

진로레시피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원진흥원, 전국학모지원센터에서 학부모의 자녀진로 걱정을 덜어주고자 개발한 내용. 유튜브로도 방송된다. 레시피(recipe)는 조리법을 뜻하는 단어다.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누구나 아는 단어는 아니다. ‘진로조리법이라고 해도 유튜브 명칭으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서울시교육청 누리집에선 ‘On누리라는 말도 쓴다. 온누리와 누리집On의 중의적 표현일까. 홈페이지라고 쓰든지 누리집이라고 간단히 표기하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여기저기 영어를 섞어 놓으면 그럴싸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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