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양성애적인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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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배수아씨.<사진·민원기 기자>▶

소설가 배수아(39)씨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어떤 소재, 사실도 이 양극 사이를 오가며 나름의 가치를 부여받는다. 조금 과장해 '좋아함'과 '싫어함'만으로도 세상의 많은 것들은 그에게 충분히 설명되고 이해되고 있었다.

일산의 어느 커피숍에서 마주 앉은 배씨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준비된 답변을 내놓고 말을 아꼈다. 현재 그는 10년 동안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공무원이었던 그는 아마추어의 기분을 벗어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오해받는 건 창작하는 사람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오해를 많이 받죠. 기본적으로 나는 문학소녀 스타일의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요즘 책들 보면 유행하는 매체, 이미지에 영향 많이 받는데, 나는 소설이 갖는 오락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든지 자신의 연애 감정을 투영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맞추어 쓰는 소설은 싫어요.”

그는 자신의 소설을 '쿨'의 코드로 읽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젊지도 않으며 빠른 스피드, 유행엔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배씨는 작품 속 주인공에게 성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빼먹는다. “성적 기호가 소멸되는 상, 현실에선 이뤄지기 힘든 이상적인 이데아의 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고방식 근저에는 여성, 혹은 페미니즘에 토대한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는 “여성, 남성은 각각 양성적인 기질이 있는데, 그것에 따라 마초가 되기도 하고 연약해지기도 한다”면서 “인간이 이상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양성적인 기질이 균형을 이루는데 있다”고 말했다.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생식에 충실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본능적인 기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나에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끌림, 즉 이성애를 글의 소재로 삼는 것은 가장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에 대해 할말은 빈약해요. 그러나 제도 내에서 여성들이 가진 문제 가운데 스스로 야기한 것도 많다고 봐요. 결혼은 여자의 욕망도 들어가 있는 것이잖아요. 아이를 낳는 다는 것은 여자들에게 결정적인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 생각해요. 국가가 양육을 해준다면 이상적이겠으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가족제도로 귀의하고자 하는 생물학적인 본능이 인간에게 있으며 애정을 주고받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이 결혼제도밖에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은 양성애적인 동물이지만 관습적인 면, 생식을 위한 면 때문에 한 성에 치우쳐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순수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문자 예술의 힘, 영향력이 없어지고 있지만 그 가치가 사라질 거라 생각진 않아요. 문자로 읽을 수 있는 아름다움, 문자로만 나타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독자들이라면 좋겠어요.”배씨는 “문장은 잘 느끼지 못하거나 논리적, 합리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이미지에 혹해서 열광하는 것은 허상일 뿐”이라 지적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참견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그는 놀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즐긴다. 또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전을 보며 소일하고 가끔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익혔던 독일어 실력으로 작은 책을 번역하기도 한다. 그는 고기를 먹을 때 그것이 생명이었다는 것을 잊어야 하는 것처럼 연출해서 보여준다는 것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영화는 즐기지 않는다.

“매스컴을 상당히 싫어해요. 매스컴이 인간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자극하는 모습을 보면 혐오스럽고, 반대로 그것과 상호 작용하는 대중들의 욕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배씨는 “창작하는 사람들은 도피하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픽션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노출하고픈 욕망이 있다”면서 “소설가이기 보다 작가이고 싶다. 형식을 넘어 자유로운 글을 쓰고 싶다 ”고 전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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