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복판에서 탄생한 금욕적 개인주의

배수아의 소설은 지리멸렬한 삶을 향해 분사되는 상상력의 스프링클러이다. 이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지는 것은 모호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들, 순수한 자기애, 고립과 여행의 열망, 음악과 고뇌와 무국적적인 언어들, 방금 탄생한 듯한 욕망과 시선들이다.

배수아는 제도적 현실이 강요하는 욕망과 감각을 휘발시킨 후, 자신만의 욕망과 감각을 창조한다. 그의 소설은 현실적 욕망을 거부하는 점에서 금욕적이고, 그 금욕의 일상을 지적이고 세련된 기호로 변주하는 점에서 문화적이며, 탐구하려는 궁극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이다.

이 점은 새로 출간된 장편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문학동네)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에세이와 소설이 혼합된 이 소설에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나'는 친구 요아힘과 연인 M이 사는 독일을 방문한다. 요아힘이 독일어 교사로 소개해준 M은 하나의 인물이라기보다는, '나'의 욕망과 지향의 결정체이다.

M은 음악과 문학에 정통한 언어학자이고,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문화 수집광'이며, “오랜 시간 오직 스스로의 기준에 의해서 고독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M은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의 최대치를 구가하는 존재, 즉 예술과 문화와 '완전한 개인' 자체인 것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나'와 M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M은 '나'이자 내가 아니며, 도처에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M을 찾아 불가능한 길을 떠난다. 이 개별적인 여정에서 배수아가 발견한 유일한 위안은 음악이다. 그녀가 찾아 헤맨 '보편문법', 즉 보편적인 진실은 의미와 맥락이 지워진 언어, 즉 순수한 '소리'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배수아가 써내려 간 것은 바로 언어의 한계이며, 그 언어의 한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언어의 무한함이다.

배수아의 새 소설은 이 역설의 책상에 고독하게 놓여 있으며, 그 행복한 고립을 배수아는 '완전'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김수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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