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관망하지 않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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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자극하는 온갖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도 사진만큼 짧고 강렬하게 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매체는 드물다. 역사적인 사건, 어떤 종류의 이야기도 단 한 장의 사진에 함축시킬 수 있다.

인간의 감성 혹은 이성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곳에 없었던 이들은 찍는 사람의 시선과 카메라의 초점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찍는 자와 찍히는 자간의 권력 관계는 그렇게 형성된다. 퀭한 눈을 한 아프리카의 아이들, 전쟁의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 죽거나 죽어 가고 있거나 병들었거나 체포된 모습. 사진은 찍혀 공개되어야 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정교하게 나누어 배치한다.

말 그대로 시선의 권력이 작동하는 셈이다. 예술 평론가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담은 사진, 특히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참혹한 장면들에 많은 이들이 무감각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그의 관찰에 따르면 주변이 온통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리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 지음·이재원 옮김/이후/15,000원

임인숙 기자

이브의 몸-여성을 위한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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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을 발표해 남성과 여성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라고 가정해 왔던 의료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남성에게 심장 박동을 안정시켜 주는 약물이 여성에겐 치명적인 부정맥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롯해 여성의 신체에 맞춘 다양한 의학 정보들을 소개한다.

메리앤 J. 리가토 지음·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 18,000원

보카치오의 유명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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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가 상징하는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 잔혹한 전략과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마녀 메디아, 키르케와 메두사의 팜므파탈적인 매력, 남성을 능가하는 아마조네스의 기개와 당당함 등 그 동안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신화와 역사 속 여성 106명을 세세히 기록했다.

지오바니 보카치오 지음·임옥희 옮김/나무와 숲/ 15,000원

잃어버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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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이 어린 시절 쓴 글들, 신문이나 잡지에 쓴 기사, 현장 조사 노트, 그의 연설문과 편지 등을 모은 유고집이다. 널리 알려진 <침묵의 봄>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와 환경 오염의 위험성, 생명의 상호 연결성을 역설한 연설 등 이전엔 보지 못했던 카슨의 글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린다 리어 엮음·김선영 옮김/그물코/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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