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자연스럽게 물처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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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심리학자라는 이력만큼이나 그의 글은 독특하다. 무심코 이름을 듣고 '어느 남자 평론가이구나'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글을 읽고 나면 '이 사람, 여자 아닐까?'궁금증이 인다. 영화평론가 심영섭(38). 멜로 영화와 김기덕 감독 영화에 대한 날선 비판 탓에 그에겐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이 붙었다. 심씨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미묘하다. 남성 평론가들은 굉장히 점잖지만, 그들은 게임의 규칙을 아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공기, 저널리즘이 요구하는 권력 지향적인 글쓰기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보면 남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 자기 한이나 소망을 영화를 통해 다 말하죠. 왜 여성 감독, 제작자가 적은가라고 말하는 여학생들에 비해 남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빨리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배우려고 해요.”

심씨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편협하다''이기적이다'는 반론을 거부하며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은 피해의식이 아닌 피해경험에서 기인한 것이고 삶에 대한 결과물로 생긴 저항과 분노일 뿐”이라 강조했다. 그의 삶으로 돌아가 보자면, 심씨는 지난 11월 모 신문을 통해 자신이 복합가족임을 밝히고'한 방에' 커밍아웃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이혼이 보편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혼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속내를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이혼한 사람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은 여자의 프라이버시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회”라며 “치과, 소아과에만 가도 복합가족이란 사실이 금세 드러난다”며 분개했다. 그 스스로 “여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 운명”이라 결론 내린 이유다. 한편으론 여성 내담자들과 울고 웃는 동등한 관계를 형성해 가는 상담 일이 영화평론 못지않게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 주장 강하고 확신에 찬 강한 남성성이 있는가 하면 보살핌을 좋아하는 여성성도 있어요. 내 안에 있는 두 자아인데, 영화에 따라 감응하는 게 달라져요.”

한때 이름이 가진 남성성 안에 갇혀 있었다는 그는 조용한 학생이었을 때와 활동적이었던 때를 오가며 정체성 찾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그 과정에서 오는 두려움을 없애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영화가 자연스럽게 물처럼 있었다”고 말하는 심씨는 “글을 쓰기에 앞서 진심으로 몰두해 신들린 듯해지면 정말 감독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가 그 영화에 쏟아부은 에너지가 느껴진다”면서 “비판이건 찬사건 아무 영화나 넋이 나가는 글을 쓰진 않는다”며 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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