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70%가 프리랜서·계약직
인권 사각지대 해소할 안전망 생겨
‘성차별·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명시
문체부가 성폭력 사건 수사 의뢰·징계 요구 근거
정부 ‘예술인 성희롱·성폭력 방지 대책’ 수립
2년마다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책무도
대학생 등 취약한 예비예술인도 보호

여성문화예술연합 회원들이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카페 담 앞에서 예술계 성폭력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문화예술연합 회원들이 2018년 3월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카페 담 앞에서 예술계 성폭력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됐다. 정부는 “취약한 처지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예술인 권리침해행위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제재수단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이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예정이다. ▲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행위 금지 ▲ 예술인 권리구제기구 설치 ▲ 피해자 구제조치 방안이 골자다.

‘예술인은 예술 활동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법이다. 예술인과 예술교육기관 종사자 등의 예술인 대상 성희롱·성폭력 행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계약, 예술인 조합 활동 방해는 ‘금지’ 대상이다. 

문체부 장관이 성희롱·성폭력 사건 관련 직접 수사를 의뢰하고, 행정 처분·징계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있다. 정부 차원의 ‘예술인 성희롱·성폭력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2년마다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할 책무도 부과한다.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행위 사건을 조사하는 ‘예술인보호관’도 지정했다. 조사결과를 심의·의결하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관계 기관에 시정 명령을 하거나 재정지원 중단·배제 등을 통보하는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2019년 11월22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예술노동연대·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여성문화예술연합 등 문화예술인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2019년 11월22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예술노동연대·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여성문화예술연합 등 문화예술인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미투’ 계기로 입법 요구 커져
20대 국회 폐기...21대 국회 재발의·통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예술계 ‘미투(#MeToo)’ 운동 등을 계기로 예술인의 권리침해 방지와 실효적인 구제를 위한 법령의 제정 요구가 커짐에 따라 예술계와 국회, 정부가 협력해 마련된 법이다.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에도 포함됐으나, 20대 국회에선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됐고, 2020년 다시 발의되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 법제도는 공공기관·학교 등 조직 위주라서 프리랜서·계약직 문화예술계 노동자들까지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8년 문체부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업예술인의 76%가 ‘자유계약자’라 법적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예술활동을 증명하기 어려운 예비, 신진예술인은 ‘예술인복지법’ 적용이 힘들다.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예술인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실제로 문화예술관련 기관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할 기관이 “권한이 없다”며 별 조처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한 사례도 있었다. 

(관련기사 ▶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 4년...21대 국회는 응답하라 www.womennews.co.kr/news/200897)

이 법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기 위해 교육·훈련 등을 받았거나 받는 사람까지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예술대학 학생 등 상대적으로 권리 보호에 더 취약한 예비예술인 등도 보호받을 수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앞으로 예술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하위 법령 마련, 권리구제기구 설치 등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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