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백래시 대응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
집게 손가락부터 안산 선수 숏컷 논란 등…
“성평등 향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백래시라 명명”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 ‘해일’이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진행했다. ⓒ해일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 ‘해일’이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백래시 부추긴 언론 규탄’을 주제로 시위를 진행했다. ⓒ해일

최근 정치·사회적으로 페미니즘 백래시(반발)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연대체를 구성하고 “정치·경제·문화 측면에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집게 손가락 논란부터 안산 선수 숏컷 논란까지 페미니스트 색출·검증과 같은 낙인찍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성할당제·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정치적 입장·공약이 쏟아졌다.

집게 손가락은 대기업·공기업·공공기관을 고개 숙이게 했다. 지난 5월 일부 남성들은 지에스(GS)25 이벤트 홍보물의 집게손가락 사진이 남성혐오의 은밀한 징표라며 회사 쪽에 사과를 압박했고,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젠더 갈등,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지에스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를 페미니즘과 연관시킨 온라인 공격과 괴롭힘을 두고도 안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주장이 있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7월 “논란의 시작은 허구였으나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이대남 덕분에 승리했다는 논리가 있었다. 이준석 당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참패 원인을 “페미니즘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 이 대표는 “여성을 절대 소수자로 몰아놓고 캠페인하는 방식은 15~20년의 시행착오”라며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페미니즘 백래시를 규정하고 대항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였다. 지난 7월 페미니즘에 대한 조직적인 백래시를 막기 위한 전국 릴레이 규탄시위를 기획한 ‘해일’이라는 연대체가 등장했다. 해일은 지난 7월부터 8월 두 달 간 전국의 각 지역에서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맞서기 위한 집회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반페미니즘 성향 단체 ‘신남성연대’가 난입해 마찰이 있었다.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이하 백범넷)·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26일 ‘백래시 한국 사회, 혐오가 아닌 성평등을 이끄는 정치로’ 온라인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사회에는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가 맡았다.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이하 백범넷)·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26일 ‘백래시 한국 사회, 혐오가 아닌 성평등을 이끄는 정치로’ 온라인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사회에는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가 맡았다.

여성시민단체 중심으로 ‘백래시대응범페미네트워크(이하 백범넷)’도 출범했다.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할 수 있는 온라인 캠페인과 활동 등을 전개하는 백범넷은 지난 2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공동주최로 ‘국회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백범넷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들과 함께 연대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2021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집게손가락 논란’ 등 일련의 사건들을 성평등을 향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백래시라 명명한다”며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던 이 논란들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백래시와 본질적으로 같으면서도 또 새로이 짚게 되는 지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주의자들이 어떤 진영 안에 갇히지 않고 활발히 토론하며 여성주의의 확장을 꿈꾸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백래시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사과하며 조치를 취하는 수사재판기관·기업·정치권·언론·공공기관 등에 성평등과 인권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도중 공격을 받은 해일 사건에 대해서는 “집회참가자에 대한 공권력의 보호처럼 시민으로서의 권리·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를 활용해 괴롭힘과 폭력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릴레이백래시규탄시위 단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김주희 전국릴레이백래시규탄시위 해일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성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두 달 간 해일을 이끈 김주희 대표는 페미니즘 백래시를 ‘사회·정치·진보적 변화가 자신의 이익을 빼앗는다고 느끼는 기득권들의 반발심’이라고 정의했다. 김 대표는 31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페미니즘 백래시는 온라인 세력화를 중심으로 사이버 테러리즘 양상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페미니즘 백래시는 크게 정치·경제·문화의 측면이 있다”며 “정치에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차별주의자의 힘이 세니까 대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사용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조회 수가 돈이 되니까 개인방송을 통해 여성혐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가 마치 놀이나 유행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문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사회적 혐오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말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여성혐오가 브랜드가 된 세상에서 플랫폼 측에서 혐오 콘텐츠가 업로드 됐을 시 계정 정지를 하는 등의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 문화적으로는 여성혐오가 유희처럼 비춰지는 상황에 있어서 정부가 온라인 커뮤니티 룰을 엄격하게 정책적으로 규제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