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분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로 새 길 여는 정치인
[인터뷰] ‘차분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로 새 길 여는 정치인
  • 두경아 작가
  • 승인 2021.09.17 09:14
  • 수정 2021-09-1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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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문화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2018년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
여성신문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 중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 ⓒ홍수형 기자

올해 14회를 맞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2008년 여성신문사가 여성문화예술인들의 성장과 지원을 위해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으로 처음 제정했습니다.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함께하며 연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총 139명의 수상자를 발굴했으며 많은 문화예술인이 여성문화인상과 양성평등문화상을 통해 문화예술을 통한 젠더인식의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4회를 맞아 주요 역대 수상자들을 만났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더욱 성장한 수상자들의 모습에 많은 기대바랍니다. 매주 공개되는 인터뷰는 11월 온라인 E북(E-BOOK)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다큐멘터리 감독, 유튜브 채널 ‘생각 많은 둘째 언니’의 운영자로 활동했던 장혜영은 지난 2019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생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책으로, 유튜브 콘텐츠로 풀어왔던 그가, ‘입법’이라는 가장 확실한 수단을 택한 것이다. 21대 국회 13명의 청년 정치인 중 한 명인 그는 청년의 열정과 참신함과 함께 초선답지 않은 추진력과 노련함을 두루 갖춘, 일 잘하는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회에 입성한 지 1년도 안 돼 1호 법안 ‘장애인활동지원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가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비록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으나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의 동의를 받는 등 굵직굵직한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발간한 2020 의정보고서 ‘차분하고 급진적인’은 그가 얼마나 참신한 정치인인지를 보여준다. 이슬아 작가를 인터뷰어로 내세워 인터뷰집 형식으로 선보였다. 의정 사진과 도표로 나열된 그간의 의정보고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말하는 쪽에서 하고 싶은 말만 잔뜩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궁금하고 소화 가능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했다. 정치인 이전에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작가인 자신의 능력을 적절히 발휘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10년 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자퇴 선언하면서 ‘공개이별선언문’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당시 ‘SKY 자퇴생’ 행렬에 동참하며(고려대 김예슬, 서울대 유윤종에 이어) “학교보다 더 좋은 것을 찾았다. 딱딱한 학벌 폐지론자가 아니라 단지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4년 장학생으로 다니다가 졸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 학교를 미련 없이 떠났다. 이후 가족사와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 등을 담은 『모두 사랑하고 있습니까』라는 책을 펴냈고, 유튜브 채널 ‘생각 많은 둘째 언니’의 유튜버로 인기를 얻었으며,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의 자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 『어른이 되면』을 제작·발간하는 등 사회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창작 활동에 매진해 왔다. 재단법인 와글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문제를 세상에 알려왔다. 이런 활동으로 인해 2018년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2019년 ‘공개정치선언문’을 발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 지난 6월 차별금지법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 10만명의 동의를 받았어요. 이번에는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정치는 어떤 의미에서 인기가 제일 중요하기도 하니까 국민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파악하면 그것을 외면할 수 없어요. 그 분위기 읽었기 때문에, 청원이 달성되자마자 그다음 날 민주당에서 평등법을 또 발의했고요.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일어날 조건은 숙성된 것 같다는 판단이에요.”

-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어떤 세상이 올까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노무현 정부 때부터 15년 이상 한국 사회에 걸려왔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소수자 약자의 권리가 시민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있고, 쟁취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거예요.

우선,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해 ‘이젠 이런 건 우리가 법으로 안 하기로 했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그 어떤 법을 만들어도 차별금지법에 비춰서 만들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는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이 사적인 방식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이 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수 있게 돼요. 말하자면 차별에 대해 말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게 되겠죠. 왜냐하면 지금까지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입을 열 테니까요. 그건 그것이 진짜 변화의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 모습을 알게 되고, 그 디테일을 알게 돼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서 또 뭘 해야 될지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겁니다.

보통 민법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그 문제를 입증해야 하잖아요. 근데 차별금지법에서는 반대예요. ‘내가 차별을 받았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지목된 사람이 ‘나는 차별하지 않았어’라는 걸 입증해야 돼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럼 너무 불리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고용이나 교육 등의 영역에서는, 차별을 한 쪽이 대부분의 그 정보를 가지고 있거든요. 면접을 예를 든다면, 면접에 대한 기준은 면접을 한쪽에서 가지고 있지 면접을 본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죠. 차별당한 사람과 한 사람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입증 책임의 전환’이 차별금지법에서 중요한 내용이에요. 무엇보다도 촘촘하게 성별, 성적지향성, 성별정체성 이런 것들에 있어서의 고용 영역에서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죠.”

- 여성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차별금지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성희롱은 차별’이라고 규정한 부분이에요. 성희롱은 신체적인 폭력처럼 이해하지만, 사실 이건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 위에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남성들이 눈앞에 있는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나보다 덜 귀한 존재’, 혹은 ‘남성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여성이니까 그렇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건 분명한 차별이죠. 이제 차별금지법이 생긴다면, 자신이 당한 성희롱에 대해서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코로나만 해도 20대 비정규직 여성이 피해가 가장 컸거든요. 그런 불합리한 차별에 대해 훨씬 더 이제 이야기하기가 쉽게 되는 거예요.” 

- 2018년 올해의 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하고 4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누구라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미에 차는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길을 가겠다고 결단을 하고 정치에 뛰어들었죠. 그런 의미에서 일관성은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는 제 안에서 같은 일인데, 표현 방식이 조금 달라진 거죠. 다큐멘터리 창작자 시절, 어떤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공무원들과 입씨름을 할 때 “저희는 입법 기관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입법 기관에 있잖아요. 제가 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 이 안에서도 뚫어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한 발 전진해 나간 곳에서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로 오게 된 거죠. 그만큼의 책임감이 따릅니다.”

- 그런 면에서는 정치인과 감독의 일은 비슷한 점이 있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내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긴 해요.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결국은 감독의 일이지만, 정치는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하는 일이에요. 물론 다큐멘터리 작업도 수많은 스태프와 같이 하지만, 책임은 감독이 지거든요. 그런데 정치는 기본적으로 내가 있지만 정당이 같이 지는 거고, (법안이 만들어지지만) 내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은 우리 가회가 같이 지는 일이에요. 단순히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무형의 감동이나 생각이라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이건 진짜 법이니까, 이건 강제성을 띠는 거잖아요. 0과 1의 세계인 거죠. 정치하면서도 여전히 영화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기 중에 뭔가 할 수도 있어요.” 

- 이 시대 여성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남성 정치인들은 이런 질문을 받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여성 정치인들은 모두 개척자들이고, 저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런 고민을 해요. 저는 청년, 여성, 심지어 소수 정당의 비례대표 정치인이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비난을 받을 때가 있어요. 도를 넘는 성희롱이나 비방이,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제가 뭐만 하면은 막 쏟아지거든요. 지금까지는 ‘시민들이 정치인에 대해서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자유도 있는 거야’라고 하지만, 도를 넘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류호정 의원이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드레스 입고 나왔을 때, 양식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사람들까지 실명을 걸고 말도 안 되는 원색적인 이야기들 하고 있는 걸 봤어요. 정치인이니까 넘겨야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참으면 내가 개척자인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다음에 올 텐데, 참는 것이 기준이 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이 되는 거예요. ‘참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되지 않는가’하면서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현명하고, 이 다음에 오는 사람들의 앞길을 막지 않을 것인가’ 하고 고민을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여성 정치인들의 숙명인 것 같아요.”

- 앞으로의 목표는.

“장기적으로는 재선에 성공하고 싶어요. 활동을 제대로 인정받아서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게 목표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차별금지법, 탄소세법을 21대 국회에서 소명을 걸고 통과시키고 싶어요. 정치인으로는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정치에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 그 부분이잖아요. 어렵지만 말한 것을 삶으로 책임지기 위해 매일 매일 노력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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