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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에 첫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느낀 고단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든 초유를 먹이려고 식은땀 흘려가며 젖 짜기에 나섰고, 엄마나 아기나 젖 물리고 먹기에 익숙해질 즈음이 되자 이젠 이유기라며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까로 몸과 마음이 부산스러웠다.

한줌도 안 되는 쌀을 콩콩 찧어대고, 유기농 식재료를 구해다가 다지고 거르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식의 괴로움을 덜어준 수훈갑이 바로 '고구마'. 쌀죽에 섞어 끓여도 그 달콤한 맛 덕분에 아이는 입맛을 다셨고, 쪄낸 고구마를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분윳물에 섞거나 요구르트에 섞어도 맛이 그만이었다. 다른 야채나 과일과도 쇠고기나 닭고기와도 멋지게 어우러져 풍미가 살아 있는 이유식이 되곤 했다. 게다가 요즘엔 갖가지 색깔의 신품종 고구마가 등장해 다양한 입맛에 눈높이를 맞추기도 한다. 덕분에 아이가 찌거나 굽거나 튀기거나, 심지어 날것도 마다 않는 고구마 팬이 된 건 물론이다.

고구마, 저공해 건강식품으로 각광

알칼리성 식품의 대표주자인 고구마는 비타민과 무기질, 양질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고 항암작용과 항산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강화작용 등의 약리효과가 입증되어 성인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게다가 예부터 척박한 기후나 땅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로 지금도 농약을 쓰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한 저공해 건강식품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다이어트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신 황제 다이어트'라고도 하고 '저 인슐린 다이어트'라고도 하는 다이어트법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거나 늦추기 위해 당지수(GI, Glycemic Index-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혈당수치를 높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포도당을 100으로 했을 때의 비교값)가 60 이하인 음식을 주로 먹으라고 말한다.

식사 후 혈당이 높아지면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 인슐린은 일차적으로 혈당을 장기나 근육 등의 세포에 보내 에너지원으로 사용케 하고 그래도 남은 포도당을 지방의 형태로 바꿔 저장하기에 이 점을 다이어트에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맛과 영양 면에서 늘 비교가 되는 감자의 GI지수가 90인데 반해, 고구마는 55 정도다. 간식도 되고 끼니로도 손색이 없는데 거기다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 바로 고구마인 것이다. 모든 다이어트 법에는 허실이 있게 마련이고 다이어트 당사자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지만 '고구마'는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다.

이수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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