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김두례 작 ‘무제’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X72.7cm, 2016) ⓒ김두례
김두례 작 ‘무제’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X72.7cm, 2016) ⓒ김두례

 

김두례 작 ‘무제’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X72.7cm, 2016) ⓒ김두례
김두례 작 ‘무제’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X72.7cm, 2016) ⓒ김두례

<작가의 말>

나와 당신이 바라보는 그것은 같은 것이며, 동일한 모양과 색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시각은 여러 감각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순발력 있게 타자와 사물을 포착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많은 오류의 가능성 역시 지니고 있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그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시대는 단 하나의 사실진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로 우리는 또 다른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 눈이 아닌 영혼(혹은 영성)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육신의 눈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이 세계의 색과 형을 바라보고 표현하려 애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색채란 빛과 눈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난 것으로 눈 속에 일종의 빛이 있어 내부 혹은 외부로부터 미세한 자극이 주어지면 촉발되는 생리적 특성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또 색채에는 생리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 외에도 감성과 도덕성이 공존한다고 얘기했다. 내 작품의 색 또한 마찬가지다.

내 작품엔 신화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여러 신화에서 최초의 신은 여성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장과 소멸, 재생산의 과정은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기르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일련의 과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생의 원천과 관련되므로 이는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희생은 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한 번도 경험해본 일이 없는 이들에게는 기적처럼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 소멸하는 과정을 감내하고 겪어낸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생산과 소멸 그리고 희생의 과정은 강렬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차분한 붉은 색을 통해 표현한다.

흔히 나를 한국의 오방색을 사용하는 표현주의자라고 말한다. 오방색은 단지 다섯 개의 물리적 색채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생과 밀접한 원리를 설명하거나 한국의 정신성을 드러낸다. 그 색은 단지 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내 작품에서 오방색의 흔적은 곳곳에 등장한다. 그것은 신화 속 여성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성주의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타인들을 이해하는 데 이성의 힘을 빌리곤 한다. 하지만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많은 순간 역시 존재한다. 사랑의 순간이 그러하며, 희생의 순간이 또한 그러하다. 내 작품을 보는 이들이 오랜 시간 감은 채로 두었던 또 다른 눈을 떴으면 싶다. 그것은 바로 감성의 눈이자 영혼의 눈이다. 그 눈으로 우리는 또 다른 진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다소 일그러졌으나 굳건한 형체가 지니지 못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가 약력>

1979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2000 미국 뉴욕에서 작품 활동

 

<개인전>

1993 서울 백상갤러리

1995~99 서울 종로갤러리

2002 부산 피카소갤러리

2013 하와이 Koa Gallery

2020 서울 롯데갤러리 본점

2020 독일 DIE Galerie 22

<단체전>

1992-2004 아시아 현대미술제 일본 도쿄도미술관

1992-2007 한국현재미술 신기회 회원전, 서울갤러리

1996-2005 대한민국 회화전 등 150여회

<작품 소장>

서울대 인문대학, 관정도서관, 한국금융감독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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