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eappl@hanmail.net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는 언니가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 같은 호주 동물 구경을 하라며 아이들에게 보내준 달력을 한 장씩 넘기다보니 3월 1일 칸에 적혀있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First Day of Autumn'… 3월 1일, 가을의 첫날? 아, 그렇지. 호주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지. 그러면서 요며칠 불볕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던 언니의 이메일 생각도 났다. 한여름 서머타임이 적용돼도 두 시간의 시차 밖에는 나지 않지만 남반구에 속해 있어 계절은 완전히 반대이니 3월에 '가을의 첫날'이라 써있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호기심에 계속 달력을 넘기니 6월과 9월, 12월의 1일에 차례로 겨울과 봄, 여름의 첫날을 알리는 글자가 적혀있다. 처음에는 좀 낯설었지만 우리의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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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정말 우리는 봄이 시작되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꼭 달력을 봐야만 입춘이라는 글자를 봐야만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장 김치에서 묵은 내가 나면서 저절로 겉절이 생각이 나고, 쌀쌀하고 매운 바람 속에서도 이미 도착해 때를 기다리고있는 봄바람의 냄새를 맡고. 늘 이렇게 봄을 맞았던 것 같다.

보통 사람의 한평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비유해서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들은 인생의 계절이 바뀌는 것은 또 어떻게 아는 걸까. 얼마전 서울여성플라자 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해 '행복한 중년기 보내기'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40대 후반부터 50대에 이르는 지역사회의 여성단체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지금 인생의 사계절 가운데 어느 계절에 와있는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답이 각양각색이었다. 초가을, 늦가을을 포함해 가을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중간에 한 분이 유난히 카랑카랑하고 높은 목소리로 '꽃피는 봄!'이라고 대답을 하는 바람에 강의실 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기도 했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시작되는 징조와 증거들이 있긴 하지만 어느 순간 금을 긋듯이 “겨울 끝!” “봄 시작!”은 아니다. 이제 봄인가 하면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어 손질해 집어넣은 코트를 다시 꺼내 입기도 하고, 아직도 겨울인가 하면 어느 새 부드러운 봄바람이 뺨을 건드리며 가슴속으로 슬쩍 파고들기도 한다. 우리가 거쳐 지나는 인생의 각 단계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일정한 시점, 어느 한 사건에서부터 노년기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60세나 65세, 혹은 70세가 되는 바로 그 날부터 노년기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손자·손녀가 태어나서 할머니·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듣게 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노년에 접어드는 것 또한 아니다. “땡!”하는 신호도, “준비, 시작!”하는 구령이나 호루라기 소리도 따로 없다.

인간이 출생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전반적인 변화를 노화(aging)라고 하는데 노화는 결코 질병이 아니지만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해가 더할수록 심해지고 아무도 피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이 노화의 과정을 겪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년기로 들어서서 노년의 삶을 서서히 몸으로 마음으로 실감하게 된다. 결국 매일 매일의 삶의 누적이 바로 늙어감이며, 인생의 총합이 바로 노년인 것이다. 지금 내가 인생의 어느 계절에 와있는지 돌아보는 것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야 다가올 날들에 대한 계획도 준비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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