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된 내 딸은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란다. 의사, 경찰, 요리사, 자동차 만드는 사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너무나 대견하고 다행이다 싶다.

아이가 되고 싶은 게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명망 있는 직업과 얼마나 상관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인지도 잘은 모르겠다. 가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는 그런 거 말고 좀 더 돈 잘 벌고 권력 있는 그런 직업을 추천하며 '그런 게 되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내게도 '에미가 다 좋다고 하니 애가 그렇다'며 나부터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나는 아이가 원하는 직업이 마음에 들어서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직업에는 자기 나름대로 구체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 싶어서, 경찰은 원래 착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쁜 사람들이 있으니까 데려다가 벌도 주고 착한 마음 가지게 도와주고 싶어서, 요리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 바쁜 생활 속에서 가끔씩 배고프게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배고플 때 메뉴를 선정하면 음식이 나오고 알아서 길을 찾아가는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되어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단다. 되고 싶은 것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게다가 그 이유가 명확하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지금도 진로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는 친구들을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된다. 직업은 정했으나 가능성이 적어 고민하는 친구들,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친구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나이, 경력, 준비 상태 등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며 걱정하는 친구들,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고 생각해서 직장 다니다가 몇 년이 지나 또 다시 방황하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못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어하는 것 등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분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자기 길을 찾고자 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느라 고민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다.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어떻게 살 때 내가 가장 행복할까를 결정한다면 오히려 그 다음 작업은 쉬워진다.

내 아이가 원하는 직업은 앞으로도 수없이 바뀔 것이다. 그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는 작업을 수반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아이도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아낼 것이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아이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비록 많은 방황과 고민이 있겠지만 그 고민 역시 행복한 고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진아/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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