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아동은 ‘동반자녀’ 아닌 가정폭력 피해자다
[여성논단] 아동은 ‘동반자녀’ 아닌 가정폭력 피해자다
  •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 승인 2021.08.27 21:01
  • 수정 2021-08-27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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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동구 강동구청 잔디광장에서 강동구청이 가정의달 맞아 '안녕, 마음아' 강동구 아동학대 예방 그림 전시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동구청 잔디광장에서 아동학대 예방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한 달 여 전 ‘제주도 중학생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사실혼 관계의 남편/아버지로 아내와 아들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해왔다. 이 사건을 제대로 명명하자면 ‘가정폭력 살인사건’이 맞을 것이다. 대부분 아내폭력(가정폭력)이 발생하다 아내가 그 피해자가 되면 가정폭력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대상이 아내가 아니라 자녀가 되면 해당 사건은 가정폭력이 아닌 것처럼 다뤄진다. 이러한 우리 현실을 반영하듯 학교에서 이뤄지는 가정폭력예방교육에서도 이름은 가정폭력이지만 내용은 아동학대예방인 교육이 이뤄진다. 학교에서는 아동이 가정폭력과 관련해 갖는 당사자성이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교육내용에는 아내폭력으로 인한 아동 피해가 다뤄져야할텐데 그런 내용은 없다.

피해자 아닌 ‘피해자 동반자녀’

아내폭력 문제에서 아동이 피해자로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내폭력 피해자 쉼터 입소 시 자녀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동반자녀’로 불리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아동 또한 아내폭력의 주요한 피해자인데 왜 이런 측면이 가시화되지 않을까? 물론 아동이 가정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경우 아동학대처벌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되어있다보니 가정폭력 피해자보다는 아동학대 피해자로 우선 명명되기 때문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아내폭력과 아동학대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아내폭력과 아동학대의 중복발생에 관심을 갖고 관련해 많은 연구 및 해결방안을 축적해왔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중복발생률을 30~60%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니세프는 ‘아동폭력에 관한 세계 보고서’(2006년)를 통해 아동의 가정폭력노출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밀접한 연관성은 중복발생 외에도 두 폭력이 나타나는 양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중복해서 발생한 경우 80%의 아동학대 사례에서 가정폭력이 선행해서 나타났고,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의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아동학대 관련 연구에서는 공통적으로 가정폭력이 아동학대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라고 말하고 있다.

아동학대·가정폭력 분리 안 돼

실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2019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피해자 조사결과에서도 남성 가해자가 본인(피해여성) 외 다른 사람에게 폭력행동을 한 경우는 45.2%였고, 남성 가해자가 폭력을 행사한 주요인물은 자녀가 63.3%로 가장 높았다. 아내폭력 발생시 아내(여성)만이 아니라 자녀 또한 폭력의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자 또는 간접적인 정서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중복발생을 보여주는 자료들은 우리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문제를 별도로 분리해서 풀어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아동학대 관련 법제도 개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아내폭력과의 연관성을 고려하며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없다. 아내폭력의 직·간접적인 피해로 나타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아동학대만의 법제도 개선으로 얼마나 실효성 있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국외에서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중복발생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폭력관련 부처와 아동학대 관련 부처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고민을 해야 한다. 바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공동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최선책은 어머니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며, 어머니의 안전과 자기효율성 강화를 통해 아동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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