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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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공화국 국적 30대 여성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여성 할례를 받을 수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해달라 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24일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할례는 전통적·문화적·종교적 이유로 생식기 일부를 제거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뜻한다.

A씨는 자국에서 어머니 등으로부터 여성 할례를 치르는 전통 종교단체 가입을 강요받았지만 거부하자 2019년 4월 전통 종교단체 사람들에게 끌려가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해 다쳤다.

A씨는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전통 종교단체가 자국 모든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다 A씨의 어머니 또한 단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보호받지 못했다.

A씨는 2019년 9월 국내로 들어와 광주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A씨는 이후 "본국으로 돌아가면, 여성 할례 협박과 함께 계속해서 위협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A씨가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주장 또한 작위적인 점 등을 이유로 시에라리온에서 박해를 받을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 어머니·이모가 A씨를 단체에 반드시 가입시키겠다고 협박한 방송 인터뷰 영상, 시에라리온 15~49세 여성의 86.1%·89.6%·90%가량이 할례를 겪었다는 유니세프·유엔인구기금·유럽법률정의센터 보고서, 할례는 시에라리온에서 자발적인 통과 의례가 아닌 문화적 규범이자 납치·강제인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난민으로 결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어머니의 단체 직위(지도자)를 승계하라고 요구받아왔고,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납치·폭행을 당했다. A씨는 가족적·지역적·사회적 상황에서 할례를 당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었고, 이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고 설득력 있게 진술하고 있다. 직위 승계를 거절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A씨의 진술도 유엔난민기구 사실조회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한 할례의 위험은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하고, A씨가 송환될 경우 의사에 반해 할례를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는데도 본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A씨에게 할례를 피하기 위한 의도 외에 다른 입국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A씨가 시에라리온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할례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조회 내용과 시에라리온이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A씨의 주장을 기각한 1심 판단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광주고법 제1행정부는 지난 6월 반정부 시위 전력으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파키스탄 출신 가족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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