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미디어 리터러시’ ‘모듈’...교육 관련 용어에 영어가 많은 이유
[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미디어 리터러시’ ‘모듈’...교육 관련 용어에 영어가 많은 이유
  • 박성희 전문위원 / W경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8.27 16:45
  • 수정 2021-08-2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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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⑫ 미디어리터러시, 팩트체킹, 모듈, 셰어런팅

 

 

‘미디어교육 자료와 최신 정보 공유 등 학교 미디어교육 활동 지원을 위한 플랫폼.’
‘미디어교육 자료와 최신 정보 공유 등 학교 미디어교육 활동 지원을 위한 플랫폼.’

 

교육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든 포털사이트 ‘미리네’에 대한 설명이다. ‘미디어교육포털’이라는 부제가 붙은 미리네는 Media & Information Literacy Network for Education의 앞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얼핏 한글이름같지만 한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알파벳모음이다.

그 어디에도 한글 명칭(미디어&정보 독해 교육 네트워크)은 없다. 이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곳의 공지· 행사 목록엔 ‘제4회 팩트체킹 공모전’, ‘코로나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 2차 컨퍼런스’, ‘겜성토크쇼’ 등 영어를 사용한 명칭이 줄줄이 들어 있다.

팩트체킹은 사실 확인, 컨퍼런스는 회의라고 쓰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다. “회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협회의 2차 컨퍼런스’를 ‘협회의 2차 회의’라고 쓴다고 의미가 크게 훼손될 것같진 않다. 이것도 모자라 감성의 속어인 겜성을 사용한 겜성토크쇼를 행사 명칭으로 버젓이 올려 놨다.   

리터러시(literacy)의 뜻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글로는 독해(讀解, 읽을 독, 풀이할 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독해’라고 쓰면 될 일이다. 독해라고 써도 어렵다. 종류와 내용, 어휘 모두 엄청난 미디어를 독해하는 일은 해독에 가까운 까닭이다. 이런 마당에 독해라는 우리말을 놔두고 굳이 리터러시를 고집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교육부에서. 있어 보여서? 궁금하다.
 
교육부에서 쓰는 용어엔 ‘모듈’도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내용을 각기 다르게 구성하면서 각각을 A모듈(module) B모듈이라고 표기한다. 3시간짜리면 A모듈은 줄넘기· 돌봄교실· 탁구, B모듈은 돌봄교실· 컴퓨터· 주산 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모듈의 뜻은 교과목 단위다. 유형이라고 써도 될 것을 모듈이라는 영어를 갖다 붙인다.
 
‘셰어런팅’도 교육 용어로 쓰인다. 셰어런팅은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와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을 합친 단어다. 부모(또는 보호자)가 자녀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의도와 달리 아이의 얼굴과 이름, 사는 곳 등이 공개되면서 아이가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사진이 불법 도용될 수도 있다는데 무슨 뜻인지 애매한 단어 때문인지 유행처럼 여기저기 쓰인다. ‘양육일기 공유’라고 풀어쓰면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게 틀림없다. 단어의 뜻이 분명해야 행위에 따른 책임도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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