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울 자치구 유일 ‘우수 여성친화도시’ 서대문
내리 3선하며 다양한 양성평등 정책 펼쳐
올해 양성평등주간 맞아
성평등 지지하는 남성들의
‘히포시(HeForShe)’ 캠페인 동참
“양성평등, 구호 아닌 일상의 실천이어야
공직사회는 변화중…여성 고위직 늘고
남성도 자유로이 육아휴직해
남녀가 같이 존중받는 사회 위해
히포시 캠페인 적극 동참해달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유엔여성의 글로벌 캠페인 ‘히포시(HeForShe)’에 동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유엔여성의 글로벌 캠페인 ‘히포시(HeForShe)’에 동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평등 지역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한 ‘여성친화도시’는 몇 곳이나 될까? 2021년 8월 기준 13곳뿐이다. 그중 ‘우수 여성친화도시’로 꼽혀 정부포상을 받은 곳은 서대문구뿐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남성이 성평등 확산에 앞장서고 성평등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 처음 취임해 내리 3선을 지내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여성안전 환경 조성, 돌봄의 사회화 기반 강화, 여성친화적 교육문화 확산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서대문구는 2012년 여성가족부 선정 여성친화도시, 가족친화기관에 올랐고, 2020 여성친화도시 조성 유공 정부포상(국무총리상), 2020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경영부문) 등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문 구청장은 올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성평등 사회를 위해 남성 참여를 독려하는 ‘히포시(HeForShe)’에도 동참했다. 히포시 캠페인은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내에서는 여성신문이 2015년 히포시코리아운동본부를 만들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12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성평등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평등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실천이어야 한다”며 “남녀가 같이 존중받는 가치 있는 사회를 향해 히포시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히포시 캠페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양성평등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평등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실천이어야 합니다. 생활 속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구민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히포시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 올해는 어떤 성평등 사업을 추진 중입니까.

“5급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 임용목표제, 위원회 여성위원 참여율 목표제, 성평등기금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 창업아카데미, 취업상담 일자리플러스센터를 운영 중이며, 리모델링 후 재개관한 서대문구 여성센터에서 여성의 취·창업 원스톱서비스 운영과 공유부엌, 동아리실 등을 통한 지역사회 여성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일·가정 양립과 돌봄 사회화 기반 강화도 중요합니다. 가족품앗이 및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가족센터 건립 (2022년 12월 개관예정), 다함께 돌봄 우리동네 키움센터 확충, 서대문키드센터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폭력을 막기 위해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운영, 불법촬영 시민감시단을 통한 불법촬영 점검 및 캠페인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 여성친화도시 특화사업인 ‘여성친화테마길’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한국 역사를 빛낸 여성 위인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자 조성한 ‘여기로(女記路)’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이 안산자락길을 걸으며 서대문의 여성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여성의 지역사회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여성 인재 풀을 구축하기 위하여 예산과정의 주민참여 확대 온예산 도입, 주민자치회 전동 확대, 차세대 여성리더 육성사업 활성화, 여성친화도시 아카데미 운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2년 여성친화도시 3단계 지정을 목표로 행정의 협업과 컨설팅 활성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사업 추진 성과를 연말에 평가해 우수부서를 격려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여성친화 정책 추진을 위해 주민 역량과 실행력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 성평등 조직문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여성 공무원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공직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직 여성공무원 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5급 여성 관리자 수는 6.4%, 6급 이상은 8.3% 늘었습니다. 향후 연령별 남녀 비율 및 근속연수 남녀 비율을 고려했을 때 여성관리자 비율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출산·양육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합니다. 서대문구는 육아휴직 사전예고제를 실시해 휴직자 업무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체 인력을 보충하고, 각 부서의 업무 경감을 위해 인사부서에서 휴직 인력을 통합관리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연간 인사운영 계획을 사전 공개해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달라진 복무·휴가제도를 시행해 휴가사용 권장 및 활용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 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과 성희롱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 서대문구청의 유리천장은 아직 단단해 보입니다. 2021년 8월 현재 국장급 여성 공무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5급 이상 여성 관리자는 29.3%뿐이고요. 

“제가 구청장이 된 이래로 여성 국장이 2명 탄생했는데 모두 정년 퇴임했습니다. (승진 가능 연차의) 여성이 아직 드물 뿐, 앞으로는 여성 고위공무원이 늘어나는 시간이 굉장히 단축될 겁니다. 10년 안에 ‘남성 할당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공무원 사회 구조상 유리천장은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 구청장이 나올 수도 있겠죠. 다만 경쟁할 때 여성이거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여성 리더들은 더 책임감을 갖고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요. 그래야 다음 여성들이 고위직에 진출하기 더 쉬운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도 중요합니다.

“제 세대 남성들은 꿈도 못 꿨지만, 저는 우리 구 남성 공무원들이 자유로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구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2017년 3.19%(94명)에서 2020년 16.19%(105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습니다. 스웨덴은 자녀 1명당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법으로 보장합니다. 부모가 적절히 나눠 쓰면 되는데 90일은 아빠 몫입니다. 이런 법제도가 스웨덴의 출생률 상승에 기여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도 배워야 합니다.”

- 왜 남성들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가정과 일터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며, 여성의 역할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상호존중하면서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구민들도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의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성평등한 사회로 변화하자’고 하면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멀리 있지 않습니다. 성평등은 남녀 모두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히포시 캠페인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고 사소하지만 작은 실천이 주는 행복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남녀가 같이 존중받는 가치 있는 사회를 향해, 히포시 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홍수형 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문 구청장은 최대 현안인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코로나 이후의 과제와 전략도 제시했다. 서대문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자체 역학조사팀을 꾸렸고, 원격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문 구청장은 앞으로 “기초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고 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그린, 안전망 뉴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서대문구는 초기 ‘마스크 대란’에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무상 배부하고, 신속한 역학조사를 위해 자체 동선조사팀도 신설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마련했고, 홍제 임시선별검사소도 7월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폭염에 대비해 기존 천막형 검사시설을 냉방 시설을 확충한 컨테이너로 교체했습니다.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이어 7월19일 서대문구청 대강당에 제2호 백신접종센터를 열었습니다.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보건당국과 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며, 구민 여러분께도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커졌는데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꾸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됩니다. 조금 더 참고 이겨냅시다. 송구하지만 영업 보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중앙정부, 광역정부, 기초정부가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코로나 극복은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현물) 지원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판로사업(온라인몰 등), 창업센터 확대, 사회적경제 등 지역 기반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기후 위기와 4차 산업혁명,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연계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원활한 비대면 온라인 수업 지원을 위해 관내 모든 학교에 무선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고 취약계층 학생을 중심으로 디지털 기기를 공급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를 조성하고, 교사들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비대면 수업을 지원하는 청년 인력을 일선 학교에 파견하는 디지털 튜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한 여러 정책 사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언택트 돌봄사업(똑똑문안서비스, AI 스피커를 활용한 실시간 안전 확인 모니터링 등),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 구축, 비대면 보건의료 지원체계 구축 등입니다. 공공건축 그린 리모델링, 그린 모빌리티(마을버스 전기차량 보급), 에너지 자립도시 등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교류는 발달하고 신기술 수요도 급증할 겁니다. 주민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유형의 정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은.

“안산자락길입니다. 걷기 좋은 무장애 자락길, 많은 분이 편안하게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아름다운 꽃나무, 다양한 축제에서 구민 여러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행사가 전면 취소돼 안타까웠지만 나혼자 걷기, 소규모 걷기 등 꾸준한 야외 운동을 통해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쉼터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최초로 동사무소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복지 허브화 사업을 2011년 시작했습니다. 동사무소 행정업무를 구로 옮긴 대신, 보건소 방문간호사를 동 복지센터로 전진 배치하고 복지 공무원들이 지역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취약계층을 발굴합니다. 서대문구에서 먼저 아이디어와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울시 찾동사업, 보건복지부의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의 모태가 됐습니다.”

- 남은 임기 내에 꼭 마쳐야 할 사업은.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대유행을 잘 극복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또 기후위기 대응과 4차 산업혁명 사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기초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고 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그린, 안전망 뉴딜 사업 발굴과 추진에도 매진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 사업의 순조로운 마무리와 미래형 도시기반 마련을 조화롭게 연계해 나갈 것입니다. 지속적인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완성도 있는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유엔여성의 글로벌 캠페인 ‘히포시(HeForShe)’에 동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성신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1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유엔여성의 글로벌 캠페인 ‘히포시(HeForShe)’에 동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성신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서울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제4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이사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예산감시위원회 위원
- 민선 5~7기 서대문구 구청장
-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회장
-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개헌특별위원회 위원장
-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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