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에 거리두기로 못 만나자
일정 관리 플랫폼을 소통 창구로 활용
일상 공유하며 ‘코로나 우울’에서 벗어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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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20세대 사이에서 '투두메이트'라는 일정 관리 플랫폼이 비대면 소통의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투두메이트'는 '투두리스트(To do list, 해야 하는 일)'의 '투두'와 친구를 뜻하는 '메이트(mate)'의 합성어로, 하루 일정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스케줄러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플랫폼 안에 하루 일정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소통한다. 친구가 달성한 목표에 '좋아요'를 눌러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플랫폼과 구별되는 투두메이트만의 특징이다. 기존 SNS의 '좋아요'를 스케줄러 앱에 접목한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투두메이트'의 사용은 가벼운 유행을 넘어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100만 회 이상의 설치 수를 기록했고, IOS 앱 스토어에서 전체 1위를 기록한 뒤 생산 성 부문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대세 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투두메이트를 사용하는 모습. ©여성신문
투두메이트를 사용하는 모습. ©여성신문

사용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앱을 사용하고 있다. '투두'에 집중해서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메이트'에 집중해서 소통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두달 전부터 투두메이트를 쓰기 시작한 휴학생 강혜빈(23, 경남 통영시)씨는 '강의 수강하기', '가계부 쓰기' 등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투두메이트에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씨는 "투두메이트로 기록한 일상을 보면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목표 달성의 공유와 친한 친구들의 칭찬이나  격려가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며 투두메이트의 칭찬(좋아요) 기능에 만족한다고 얘기했다.

지난 7월부터 투두메이트를 쓰기 시작했다는 대학생 오희연(20, 충남 공주시)씨는 '오전에 기상하기', '올림픽 시청하기', '친구랑 놀기' 등 비교적 가벼운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친구들과의 소통을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이에 오씨는 "스케줄러를 친구들과 같이 작성하니 덜 지루하고 동기 부여가 된다"며 투두메이트의 '좋아요' 기능이 "투두메이트를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음(가명·22, 서울시 도봉구)씨는 "친구들이 울리는 알림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잊지 않을 수 있다"며 "투두메이트가 단순한 스케줄러가 아닌 소통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휴학생 윤수민(23, 경기 수원시)씨는 "매일 지켜야 하는 하루 루틴이나 할 일들을 시간에 맞춰 적어 두니까 확실히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 같다"며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면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이 있어 기분이 좋다"고 털어놨다. 

젊은 세대에게 이 앱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다름 아닌 '소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면서 '굿노트(Goodnotes)' 등의 문서 앱으로 온라인 교환일기를 즐기거나, 트위터의 실시간 대화 서비스인 '스페이스(spaces)'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됐다. 이는 청년 문화의 일종이면서 코로나로 인한 외로움과 무기력감 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20~30대의 자해로 인한 병원 진료 건수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약 80% 증가했을 만큼 청년 세대의 코로나 우울이 급증하고 있다. 

일정 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려면 '구글 캘린더'나 '노션(notion)' 등의 플랫폼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스케줄러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끼리 '좋아요'를 눌러 소통하고 격려할 수 있다는 점에 청년들은 열광했다. 친구들과 그룹을 형성하여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자극 받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투두메이트 개발자 강윤석씨. 사진=본인 제공
투두메이트 개발자 강윤식씨. 사진=본인 제공

투두메이트를 만든 강윤식 개발자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20세대의 투두메이트 사용에 대해 "가장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시기에 코로나 우울로 인한 외로움이 더해지자 그 해소 방안으로 많이들 사용하시는 것 같다"며 "서로의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칭찬하고, 응원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경쟁을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지나친 경쟁과 성과주의 대신 가벼운 수준의 칭찬과 격려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개인의 목표를 공유하게 되면 '선언효과'가 발생하는데, 이 효과 덕분에 목표를 더 잘 수행하게 되고 해당 목표 달성 시 개인의 자존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치열하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새로운 청년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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