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이의 마음대로 책읽기] 성인 여성 ADHD인 나, 이대로도 괜찮아
[박선이의 마음대로 책읽기] 성인 여성 ADHD인 나, 이대로도 괜찮아
  • 박선이 기자
  • 승인 2021.08.14 09:04
  • 수정 2021-08-14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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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지음·H 펴냄)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민음사 펴냄)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지음·H 펴냄),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민음사 펴냄)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지음·H 펴냄),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민음사 펴냄)

“지 결혼식에도 늦을 X”
네, 바로 접니다 ㅡㅡ.
오후 3시 결혼식인데 식장에 5분 전에 도착했다. 하객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건물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결혼식 사진을 보면 신랑 표정이 말이 아니다.

공과금은 늘 연체료 10%를 더 내고, 시간 약속에는 언제나 늦고, 해야 할 일은 쌓여 가는데 시작을 못 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이 나 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짜증유발’ 매너가 하나의 병적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침 같은 시기에 나온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지음·H 펴냄),『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민음사 펴냄)은 서른 살 여성이 직접 겪고 있는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이야기다. 

약속을 깜박깜박하고, 일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못하고, 다른 사람들 말에 불쑥 끼어들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앉아있을 때 끊임없이 꼼지락거린다(신지수). 대책 없는 결정을 내리고, 생각 없이 말하고, 뭘 하든 두 번 손이 가도록 만들고, 잘 깨고 잘 떨어뜨리며, 상대방의 반응 이면에 존재하는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정지음). 두 저자는 이런 생활 ‘습관’으로 인해 일상에서 가족, 친구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고 직장에서도 고통을 겪었다. 공교육 과정을 모두 마치고 멀쩡하게 취업까지 했지만 이들은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비난과 질책의 강도는 사안마다 달랐지만,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고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두 저자가 내놓은 책은 자기 치유의 기록인 동시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ADHD 성인, 특히 여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정신의학에서 젠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ADHD 여성 환자를 위한 진단 기준과 진단 도구에서부터 치료 방법은 여전히 미개척 지역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여성 ADHD 환자들이 기분저하증, 양극성장애 등으로 잘못 진단받고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경우가 남성에 비해 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한 예다. 

신지수 저자는 그 자신이 정신과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학자다.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ADHD 검사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ADHD 환자라는 것을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던 이유를 그는 젠더화된 질병 이미지에서 찾는다. ADHD가 흔히 ‘정신없는 남자 아이’로 묘사되어왔기 때문이다. 신씨는 “여자 아이들도 예외일 수 없으며 아동기에 진단받은 사람의 85%는 성인이 되어서도 일부 증상이 지속된다”며 “게으른 사람, 못 미더운 사람, 덜렁이… 나를 따라다녔던 것들이 이젠 신지수가 아닌 ADHD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한다.

정지음 저자는 10대 시절의 어려움을 돌아본다. 좋아하는 과목은 100점도 받지만 싫어하는 과목은 0점에 가까웠고, 교사들은 그런 정씨를 두고 “할 수 있으면서 보란 듯이 뺀질거린다”고 얄미워했다. OMR카드를 규칙대로 작성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10대와 20대를 힘들게 지나왔던 그는 26세에 ADHD 진단을 받고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지닌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두 책은 실제 여성 성인 ADHD 환자가 일상에서 살아갈 방법과 치료 내용을 상세히 전한다. 정리정돈하기, 규칙만들기, 문제극복 전략짜기(예-설거지거리를 다섯 개 이상 쌓아두지 않기), 동기 부여하기(논문 쓰기를 쉽게 시작하기 위해 작업 파일을 미리 띄워놓기) 같은 세세한 실천 방법부터 <약물(복용) 일기> 같은 실제 경험을 가감 없이 전한 저자(신지수)의 솔직함과 품위에 박수를 보낸다. 고양이와, 친구들과 함께 사는 일상을 통해 ADHD 환자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상(정지음)도 용기를 북돋운다.

마지막 질문. 성인 여성 ADHD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두 저자의 답은 긍정적이다. 나도 답을 보태고 싶다. 이들의 책에 나타난 모든 증상과 죄상이 나의 삶에 있었다. 지금 나는, 그럭저럭 행복하게 산다. 두서없고 덜렁대는 건 여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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