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여성할당제, 여성 절반은 “필요” 남성 절반은 “역차별”
의원 여성할당제, 여성 절반은 “필요” 남성 절반은 “역차별”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8.13 00:24
  • 수정 2021-08-1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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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인권위 의뢰로
‘성평등한 정치 대표성 확보방안 연구’ 결과 발표
여성할당제 남녀 인식차 뚜렷...20대가 가장 달라

우리나라 여성의 절반가량이 ‘의원 여성할당제’를 지지하는 반면, 남성의 절반 이상은 ‘여성할당제는 남성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대 여성과 남성의 인식 차가 가장 컸다. 2030 젊은 여성일수록 여성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 의뢰해 실시한 ‘성평등한 정치 대표성 확보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만 19살 이상 143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전현직 국회의원과 보좌진, 전 시의원 등 정치관계자, 2030 출마자와 선거운동원 등 37명을 심층면접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모든 세대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의원 여성할당제를 지지했다.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여성은 52%, 남성은 36%였다. ‘여성할당제 대신 능력에 따라 선출해야 한다’, ‘여성할당제는 소수(엘리트) 여성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여성보다 많았다.

전 연령대에서 20대 여성과 남성의 인식 차가 가장 컸다. ‘의원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20대 여성은 65%, 남성은 29%뿐이었다. ‘여성할당제는 남성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20대 남성이 65%나 됐다. 여성은 38%뿐이었다.

모든 세대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의원 여성할당제를 지지했다. 성별 간 인식 차이는 20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세아 기자
모든 세대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의원 여성할당제를 지지했다. 성별 간 인식 차이는 20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세아 기자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여성할당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성할당제는 남성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59%, 여성은 49%였다. 남성은 젊을수록, 여성은 중장년층일수록 이에 동의하는 경향이 높았다.

연구진은 “여성들도 (‘여성 30% 공천’ 등) 여성에 초점을 둔 여성할당제보다 (어느 한 성의 비율이 60%를 넘지 않는) ‘성별’ 할당제를 선호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입법적 할당제보다 정당의 자발적 할당제를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참여·정치 관심 많은
20대 여성 목소리 반영해
‘아래로부터의 접근’ 필요
여성할당제 대신 ‘남성상한제’
정당은 자발적 상향식 할당제 도입해야”

연구진은 젊은 여성들의 정치·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데 주목했다. 조사 결과, 20대 여성은 다른 세대의 여성들과 달리 동년배 남성보다 더 진보적 성향을 보였고 사회참여에도 더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요구에 권위 있는 정치 주체가 반응할 거라고 믿는 ‘외적 정치효능감’도 동년배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 의원 비율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20대가 가장 많았다.

다만 20대 여성의 ‘정치적 야망’은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50대 남성 엘리트가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남성연대, 연고주의”가 팽배하며 “현행 경선제도는 지역구 관리비용이나 자원이 부족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에서, “여성에게 ‘직접 정치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여성할당제만으로는 뚫을 수 없는 현실정치의 장벽”을 깨려면 “여전히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여성 정치인의 풀부터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민정(더불어민주당), 배현진(미래통합당), 이수진(더불어민주당), 류호정(정의당), 김진애(열린민주당), 권은희(국민의당) 당선인. ⓒ뉴시스‧여성신문
2020년 제21대 총선 결과 여성 의원이 57명(19%)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20%에도 못 미친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고민정(더불어민주당), 배현진(미래통합당), 이수진(더불어민주당), 류호정(정의당), 김진애(열린민주당), 권은희(국민의당) 당선인. ⓒ뉴시스‧여성신문

연구진은 여성할당제가 정당을 중심으로 제도적으로 정착하면서 여성 대표성이 확대된 독일, 뉴질랜드 등을 예로 들며, “세계에서 여성 대표성의 증가와 정치적 대표성의 성균형을 이룬 국가 중 할당제 없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30 여성은 ‘정치적 대표성의 다양성과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2030 여성의 정치적 표현과 참여 욕구를 반영해 ‘아래로부터의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의 여성에 초점을 둔 하향식 할당제보다 대표성의 성균형, 즉 민주적 대표성과 정당의 자발적인 상향식 접근의 할당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남성 역차별’, ‘공정성’ 담론 등 할당제에 대한 저항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할당제를 ‘남성 상한제’ 프레임으로 재설정 ▲대표성의 성균형, 민주적 대표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기획으로서의 할당제라는 담론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여성할당제가 정당 지역위원장 선출부터 적용되도록 하고 ▲공천의 공정성을 위해 공천 규칙의 제도화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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