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밌으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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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동갑내기 파파라치들. 왼쪽부터 최보윤, 이현정, 김빛나 <사진·민원기 기자>

발로 뛰어 생생한 유행 포착

“얼짱이오? 뜨기 전부터 알았어요.”

지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얼짱'신드롬을 뒤에서 코웃음치며 바라본 이들이 있다. '이게 뜰까?''이게 새로운가?''이게 유행할까?'날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추적해 '고발'하는 임무를 가진 이들. 일명 '트렌드 파파라치'다. 지난해 6월 광고대행사 화이트가 대학생 5명을 뽑아 트렌드 파파라치라는 이름으로 활동시키면서 처음 등장했다. 지금은 회원 1만여 명에 달하는 그들만의 사이트(www.tpapa.com)가 생겨나 그 날 보고들은 새로운 것들을 게시판에 올려 회원들과 공유한다.

지난 10일 청담동 화이트 사무실에서 트렌드 파파라치 세 명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소개를 부탁하니 대뜸 '1924', '1318', '2535'라는 말이 나온다. 새로운 코드명인가 싶어 의아해하니 옆에 앉은 트렌드 파파라치 매니저 김지은(26)씨가 “파파라치들이 관심 갖는 영역을 세대로 구분한 것”이라 설명해 준다. 말하자면 1924 파파라치는 19세부터 24세까지 젊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트렌드를 좇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항상 가방 속에 넣어 다니구요. 매일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 푸드,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트렌드를 추적하는 이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물었다. 이현정(24·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씨는 “요즘은 여유가 되는 2535들이 스키장에 갈 때 콘도를 빌려서 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아파트를 얻어서 별장처럼 쓴다”면서 “구름무늬 벽지나 디스코 볼을 다는 등 재미있는 컨셉으로 꾸며서 놀더라”고 귀띔해 준다. 최보윤(24·중앙대 광고홍보학과)씨는 후레시니스 버거 소스가 20가지가 넘는 것, 타코야키나 딤섬 등 길거리 음식의 소스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것을 새로운 트렌드로 들었다. '음지'에서 활동하니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망을 봐달라 부탁하고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덕분에 인맥이 넓어지고 돈독해졌다는 것이 공통적인 반응. 왜 하고 싶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결같이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 서로 만나면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티파파닷컴에선 1주일에 한 번 세미나를 열어 그 주에 찾아낸 트렌드 파파라치들의 아이템을 자랑하는 시간을 갖고 매주 사이트에 게재된 게시물 가운데 호응이 좋은 것을 뽑아 베스트 파파라치를 선발한다. '트렌드 피플 구별법' '시끄러운 곳으로 가라' '지역편식을 하지 말라' '트렌드 인맥을 형성하라' '경험 샘플러가 되라' 등 트렌드를 익히는데 '유익한' 트렌드 백서도 펴냈다.

일각에선 인터넷을 도구로 사용하는 세대들일수록 속도중심의 사회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관념이 강한데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트렌드 파파라치를 설명하기도 한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발행인은 “기본적으론 유행에 뒤처지거나 또래문화에 소속되지 못하는데 대한 불안감이 아니냐”면서 트렌드 파파라치가 등장하는 현상을 “촌스럽거나 쿨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갖는 두려움의 발로”라 분석했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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