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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올 3월에 뉴욕에 한국문화박물관을 여는 이영희씨는 서양 기준에 맞춘

한국 문화는 사절이라고 한다. 100% 한국 체험을 약속한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유명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우치아 프라다, 바바라 부시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여성명사들은 이영희 한복을 한 벌씩 갖고 있다. 전시회를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세계 최대의 박물관 스미소니언에 올해 그의 한복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미 패션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진 그의 2004년 꿈은 무엇일까.

의외로 “뉴욕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다. 지금 이씨의 머릿속엔 3월 뉴욕 32번가에서 개관할 한국문화박물관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래! 뉴욕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한국문화박물관에 들러 대례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저녁엔 살풀이 공연을 보며 한국 차와 과자를 즐기도록 해야지.”

서양 기준에 맞춰 변형시킨 한국문화는 사절이다. 살풀이 공연도 전통 그대로의 마당놀이 방식이다. 외국인이 방석에 앉아 관람하는 100% 한국체험 프로그램인 것.

최초로 뉴욕 번화가에 자리잡은 한국문화박물관에 대한 그의 얘기를 들어 보자.

- 파리 활동 11년 차인데 왜 불모지인 뉴욕에서 한국문화박물관을 열게 되었는지.

“파리는 패션 중심지일 뿐이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역시 뉴욕에 가야 한다. 파리는 박물관을 열면 장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뉴욕에서 성공하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 돈이 많이 들었을텐데…

“박물관 임대료만 한 달에 5천달러(약 590만원)다. 박물관 전시물품은 내 소장품 천여 점으로 해결했다. 조금씩 기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책임지고 꾸려갈 사람은 나다. 최근 비용마련 경매를 했지만 부대비용을 제하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고맙게도 뉴욕 한인들이 돈을 모아 기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 한국문화박물관은 거대 프로젝트인데, 언제 결심했나.

“1996년 파리에서 한복 전시회를 열었다. 자주 한복을 일본의 '기모노'와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기획했다. 그런데 호응이 좋아 뉴욕에서도 언젠가 해야지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00년 카네기홀 한복패션쇼에서 미국인들의 열광에 결심했다. 뉴욕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말겠다고.”

2층은 한국문화 강좌, 3층은 전시관

- 한국문화박물관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2층은 멀티공간이 될 것이다. 낮에는 한국문화센터로, 밤에는 공연장이 될 것이다. 한국문화센터는 한복 바로 입기, 조각보 만들기, 김치 만들기, 빈대떡 만들기, 다도, 침, 뜸, 한국어교실이 개설될 예정이고, 공연은 살풀이, 가야금, 피리, 장고춤, 탈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3층은 순수 전시공간이다. 내가 기증한 1천여 점의 소장품과 국내 문화계 인사가 기증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개관과 동시에 한국의 거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문화박물관의 철학이 있다면?

“공연이든 강의든 꼭 내 한복을 입는 조건이다. 그리고 한국차도 과자도 최고의 것만 메뉴에 넣을 것이다. 절대수익과 한국전통의 아름다움을 맞바꾸지 않을 것이다.”

- 솔직히 돈이 안 되는 사업인데, 앞장서 나서는 이유는 뭔가.

“아는 것이 문제다.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아니까 자꾸 알리고 싶다. 파리 패션계에 진출해 있는 동안 외국 기자들의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배우고 싶다'는 얘기도 영향을 미쳤다. 많이 알아서 고생하는 것이다.”

장소 바뀌어 마음 고생 하기도

- 개관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장소를 뉴욕한인회관으로 하기로 했다가 갑작스레 취소되어 개관일자도 늦추고 새 장소를 물색할 때였다. (원래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지난해 10월에 개관했을 것.) 그나마 12월 18일에 좋은 장소를 찾아 전화위복으로 생각했다.”

- 한국문화박물관 개관 후 포부가 있다면?

“현재 한국문화박물관이 유명해져서 그 건물(총 4층) 전체를 쓰는 것이다. 1층엔 음식점을 내서 본격적으로 한국음식을 알리고 싶다.”

인터뷰 도중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지쳐 보였다. 중간에 박물관 장소가 바뀌고, 경매로도 돈이 모이지 않는 등 우여곡절도 많아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전에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그는 지친 얼굴에서도 눈만은 또렷이 빛났다. 가슴 속에 꿈을 품고 있기에.

이연주 기자lee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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