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빛낸 도쿄올림픽의 5가지 순간] ⑤
‘체조 전설’ 미국 시몬 바일스
성폭력 트라우마·압박감 호소
“몸과 마음 보호” 위해 기권
선수 정신건강 문제 재조명 계기도
올림픽 4관왕, ‘체조 전설’ 미국 시몬 바일스(24)의 결정에 세계가 술렁였다. 그는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도마 종목만 출전하고 기권했다. 개인종합과 종목별 경기(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도 포기했다.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NBC 등 미 언론 인터뷰에서 바일스는 “묻어버릴 수 없는 문제”로 거대한 중압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 체조 선수 수백 명을 장기간 상습 성폭행해 감옥에 간 전 국가대표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생존자이자, 생존자 중 유일하게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다. 이번이 사실상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체조선수들은 대개 20대 중후반에 은퇴한다. 체력적 한계 때문이다. 세계 챔피언이자 성폭력 생존자인 바일스를 향한 관심과 기대는 큰 압박감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예선 이후 몸의 평형을 잘 잡지 못했고,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사랑하는 이모가 올림픽 중 갑작스레 사망했다는 비보도 접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몸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비난도 일었지만, 5년을 기다린 올림픽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었던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바일스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도 많았다. 바일스뿐 아니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는 스포츠 선수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마지막 경기를 위해 바일스는 다시 날아올랐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해”, 3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결선에 참가한 그는 동메달을 쥔 채 환히 웃으며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여성들이 빛낸 도쿄올림픽의 5가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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