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지친사람의 웃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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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코미디언 김미화(40)씨. 김씨는 신년을 맞아 모일간지에서 선정한 한국을 이끌 문화예술인 15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사회참여의 정도 등의 선정 기준에서 김씨는 특히 사회참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선정소감에서 '외롭고 지친 사람들을 위한 빈의자'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피력한 김씨. 사회활동가로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코미디언 김미화씨를 만나 보았다.

시사프로 어렵지만 코미디언 위상 각오로 열심히

정치 할 생각 없어…약자들 위한 토크쇼 진행 꿈

50개 단체 인연 일회성 아닌 전문 사회활동 펼쳐

- 코미디라는 전문영역 외에 사회활동가로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일시적이거나 한시적인 관심 이상으로 보이는데 사회참여에 대해 어떤 소신과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어려서 많이 가난해서인지 성공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이 제 삶의 목표였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사회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몇 차례 활동을 하는 동안 공인(公人)으로서 책임감이 조금씩 커졌습니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제 삶의 큰 목표와 일치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늦깎이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고요. 단순히 학위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공부를 통해 전문적인 사회활동가로 거듭날 것입니다. 현재 여성재단, 한국여성연합, 유니세프,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관련을 맺고 있는 단체가 50여 군데 됩니다. 최근에는 무엇보다 몸이 아픈 사람들이 가장 힘든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활동할 생각입니다.

-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계십니다. 그간 몇몇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정치권 진입을 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 진입계획이 있다는 식의 예측성 보도도 있었습니다. 본인의 의향은 어떻습니까?

“먼저 정치권 진입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코미디언'은 예전이나 현재나 앞으로도 제 삶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이것을 위한 중간다리로 시사프로그램도 하는 것이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더 말씀을 드리자면 장기적으로 제 계획 중의 하나가 소수이고 약자인 분들을 위한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말이지요. 지금까지 여러 프로그램들에서 시도를 했지만 단순히 현상을 말하는 것에 그치거나 지나치게 편협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시사프로그램은 소수의 시사전문가들이 독점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류하는 장, 딱딱하고 입에 붙지 않는 시사용어를 생활용어로 자리잡게 하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고 여러 방면에서 보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시사프로그램을 맡은 것도 그 노력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를 필요로 하고 저의 큰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저녁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수가 있겠습니까? 언론의 생명은 정확성인데,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접하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인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코미디언, 특히 여성코미디언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처음입니다. 책임감이 크실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코미디언이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을 때는 욕먹을 일이 없었습니다. 어디 가나 좋은 말만 들었지요.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상에 '김미화, 너의 정체를 밝혀려'식의 색깔론을 들이대는 사람도 있고요. 저의 사회활동 경력까지 연결시켜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사문제여서 민감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중립적이고 상식적인 진행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코미디언이 정통 시사프로그램을 맡은 것이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코미디언이 진지하게 의견을 내는 것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코미디언의 위상은 한 발 더 뒤로 물러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여성코미디언들을 생각하면 더 각오가 새로워집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이고 좋은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도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고요.

-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어떨 때 보람을 느끼십니까?

“일전에 천성산이라는 산을 지키기 위해 단식농성을 41일간 계속하신 지율 스님의 이야기를 내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산을 지키겠다는 10만 명의 서명이 있어야 단식을 푸신다고 하셨는데, 방송 당일 8천 명 정도가 모인 상태였어요. 그런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 다음날로 10만 명이 모였고 스님은 단식을 푸셨습니다.

방송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만큼 요즈음은 시민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니 그 중간에 있는 제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게 될 수밖에요. 늘 한 사람이라도 내 방송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에 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따뜻한 방송을 더 많이 전하기를 바라고요.

- 인생의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리고 후배들에게 특히 여성코미디언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고 계신데,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삶의 지침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젓갈장사를 하시는 한 할머니를 미래의 김미화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방송진행을 하면서 만난 분입니다. 그 분은 평생 모든 재산을 교육활동에 쾌척하시고 본인은 여전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계십니다. 가끔씩 그분을 뵈러 가게로 나가 보면, 가게 여기저기 당신이 돌봐준 이들의 사진을 붙여 놓고 계십니다. 저놈은 어디 사는 누구고 이놈은 언제 만나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 놈이고 하시면서 흐뭇해하십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저 많은 놈들이 다 내 자식이다 그러시죠.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당당하신 그 분을 보면 나도 나이들어 저리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든든합니다. 내가 그 나이때는 많이 방황도 했던 것 같은데, 제자리들을 척척 찾아 잘들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뭐라고 할 것은 못 되고, 제 스스로 삶의 지침이다 생각하는 것은 있습니다. 세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 그리고 모은 재산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 정도입니다.

- 호주제 폐지 등 여성단체들과도 활동을 많이 해오셨습니다. NGO 활동이 대중문화인과 결합해서 좋은 결과들을 낳고 있는 대표적 경우이십니다. 활동을 하시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나 개선되어야 되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여성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발언권을 강화하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남녀문제를 딱 갈라서 접근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여성문제 역시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입장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얼마 전에 노 대통령께서 호주제 폐지 관련법안이 상정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호주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는 법안이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는 식의 베풀기로 무마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호주제 폐지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회참여 부분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은 편이어서 찾아다니는 편이라면, 다른 분들의 경우 어떻게 사회단체와 관련을 맺어갈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행사에 한번 참여했더라도 그 이후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갈지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일회적 참여 이후에 전혀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매번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도 좋지만 한번 행사를 함께한 연예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광수 편집국장p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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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씨는

1983년 KBS 개그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으며 개그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KBS '쇼 비디오 쟈키'의 코너 '쓰리랑 부부'에서 일자 눈썹과 야구방망이를 든 독특한 캐릭터 '순악질 여사'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랑의 삼각끈 운동본부' 본부장을 시작으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녹색연합(시민단체) 홍보대사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1998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대중예술부문), 1989년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 부문 여자연기상, 1999년 제6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희극인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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